과학자의 정치 진출에 대한 생각 2.
text / 2008/11/10 03:22
방문객 2008/11/10 00:23 Address Modify/Delete Reply안녕하세요. 역시 우재님 블로그의 논쟁을 보고 방문한 사람입니다.
서울비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정치가란 무엇인지, 그리고 좋은 민주주의 제도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우재님이 정치적 영역에서의 전선의 확대 혹은 이익집단의 참여라는 입장에서 말하셨다면, 서울비님은 "하지만 그렇다고 황우석식의 영향력 있는 정치가를 앞세워서 과학정책을 수정하겠다는 발상은 현상황에서 급한 자구책이지 래디컬 사이언스의 외양은 아닌 것 같은데요. 음악가와, 과학자와, 소설가와, 목사가 서로 황우석식의 말을 주고받으면서 자기 영역을 선전선동하는 국회나 지금처럼 인문계끼리 떠드나 그냥 제가 보기에는 정당 수가 몇 개 더 늘거나 의제가 더 많아졌을 뿐 아름다운 미래로 보이지는 않거든요."라는 말을통해 민주제 하의 선전,선동과 갈등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계신것 같아서요.
그런데 저는 선전,선동이 아닌 정치과정이 과연 있을지도 의문이고, 오히려 다양한, 아니 사실 "갈등적인" 쟁점에 대해서 전선을 형성하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과연 누가 "좋은 정치"를 구분할 것인가도 회의적이어서요. (물론 민주당 지지자가 공화당 지지자에 대해서 "저런 선전선동하는 놈들!"이라는 의견을 갖는것은 상관없지만 자칫 잘못하면 어떤 다른 정치집단을 "나쁜 정치를 하는 놈들"로 낙인찍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수도 있어서이죠. 대표적으로 재판도 없이 고통받은 좌익(속칭 빨갱이)을 들수 있겠내요.)
그래서 이 논쟁은 사실 과학에 대한 입장보다는 두분의 정치적 입장간의 측면에서 갈등지점을 내보일 때 결말에 다다를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
지적 고맙습니다.
일단 제가 우재님의 글을 읽고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은 정치적 선동행위 자체에 대해서 불신이 있기 때문은 아닙니다. 말씀 주신대로 민주제에서 선전,선동 필요하고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해도 발언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현실은 변하지 않겠죠. 이런 맥락에서 우재님의 글은 매우 적절한 지적이었습니다. 목소리의 왁자지껄 다양함이 좋은 정치의 척도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예술가도 농부도 앞으로 정치계로 더 가면 좋겠어요.
다만 제가 고민인 것은 과연 일선의 과학자 X에게 정치인 배지를 달아주지 않아서 사람들이 선거에서 래디컬한 과학정책을 지지하지 못하는가? 입니다. 저는 직업이 교사인데, 개인적으로 교사 평가에 반대하지만 <너희는 나를 평가할 수 없다>를 캐치프레이즈로 하여 <참교육>을 주장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순서상으로 매우 피곤하고 어지러운 논쟁을 불러 일으킬 것이 뻔하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과학자들이 정계에 나가야 하는 것에 타당한 이유가 있지만, 이미 과학과 객관성이 권력 그 자체인 근대의 한복판에서 <제 2의 황우석을 정계로!>라는 표어는 얼마나 래디컬 사이언스의 전략으로 적절할 것인지, 실효성은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글쎄요, 저는 여성을 국회로! 노동자에게 정치권력을! 등등과 과학자를 국회로! 가.. 똑같이 들리지는 않습니다. 과학자의 홀대는 모르겠으나 과학 그 자체는 전혀 홀대되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스킬과 지식과 프로페셔널리즘이 부족해서 정책의 판도가 뒤집어지지 않는다는 데 동의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국토개발 관련한 래디컬한 과학자들이 정계에 진출해서 문제를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해설해 놓으면 사람들이 표를 던질 것인가? 황우석의 과학이 훌륭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혹했다기보다는 황우석 덕택에 우리나라 짭짤한 껀수 올릴 것 같아서 객관성을 넘어 열렬하게 그를 지지했었던 우리의 기억은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엊그제 노회찬 강연회에 다녀왔습니다만, 달동네 살면서 우리동네 아파트 값이 오르면 좋겠다는 이상한 철학관은 래디컬한 경제전문가가 정계에 많이 진출한다해서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우재님은 제가 민중을 마음대로 '개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비판하셨는데, 정계 진출을 꾀하면 민중이 선거에 임하는 철학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지. 민중은 그리 쉽게 직업집단의 진출에 영향 받지 않습니다.
삶에서부터 올라와야 하지 않을까요? 노회찬이 선거에 패배한 후,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좀 더 정치쟁점화할 이슈가 부족했다, 전략의 부재이다, 치졸한 저들의 마케팅 전략에 넘어갔다.. 등등의 분석이 있었지만 정작 노회찬 자신은 나는 한 번이라도 저 사람들에게 희망이었던 적이 있었나?를 물으며 반성하고 새로 시작했습니다. 이 땅의 과학자들에게 묻습니다. 국회의원이요? 이 매연 가득한 도시에서 우리 가족을 정말 행복하게 하는 과학을 주셨던 기억이 있어야 뽑아줄 거 아닙니까. <희망의 과학을 다시 합시다! 도와주세요!>라고 하지 않고 <황우석이 한 번 더 나오면 솔직히 좋겠다>라는 표어는 얼마나 보수적인지!
예전 교회 목사님은 <잘못한 건 많았지만 솔직히 박정희만한 리더십과 영향력을 지닌 사람도 없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습니다. 그는 박정희의 리더십을 그리워한 것이지 박정희의 독재를 그리워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 마십시오. 박정희의 리더십이 군사적 리더십이고 폭력이었습니다. 황우석이요? 황우석과 같은 롤러코스터를 빌려서 정상으로 내달리고자 하는 것은 래디컬이 아니라 효율을 강조하는 주류과학의 가치관이 아닐까요? 전태일은 국회의원은 안했지만 매일 걸어다니면서 여자애들 밥 사주고 공부했잖아요. 래디컬 사이언스에게 그런 낭만을 선순위로 기대하는 것은 저만의 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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