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분류 전체보기 (1348)
text (347)
image (477)
D.Bonhoeffer (160)
Ocarina (37)
internet (327)
dumped (0)

신기학교 - 목화 따기

image / 2008/12/19 13:45

대개의 식물 따위가 인간의 목적을 위해 태어났다고 마음껏 믿는 창조과학자들처럼 멍청해지기는 싫지만, 생전 처음 목화를 본 날 나는 얘가 자신을 위해서 따뜻한 것이 아니라 남을 덥히기 위해 태어난 게 틀림 없다고 마음대로 생각해버렸다.

"이렇게 뿌리를 뽑아야 솜이 썩지 않고 부풀어 올라 터지거든."

일체의 수분을 거부한 뒤에야 더욱 부풀어 올라 따뜻해질 수 있었던 하얀 얼굴들 -
죽어서도 따뜻한 목화를 보며 연탄과 판잣집 아가가 떠올랐다.

나는 나를 목마르게 해서 남을 덥힌 적이 있었나,
나는 내 뿌리를 모두 거두어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또 한 번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나누면서 껴안고 예쁘게 사는 신기학교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참으로 부끄럽다.

용서 구할 것도 많고, 값을 은혜도 많으나
과도하게 촉촉한 나의 뿌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Posted by 서울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