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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예수가 겨울비에 젖어 운다.

내 블로그의 하루 순방문자는 600여명이고, 이 중 직접 주소창에 블로그주소를 입력해서 찾아오는 사람은 100명 정도이다. 아마 학생들도 많이 올 것 같다. 민노씨는 내가 블로그를 학생과의 소통 창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평한 적이 있고, 가이아님도 블로그로 학생들과 대화하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인지 질문한 적이 있는데, 역시 내 블로그에 이화외고 아이들의 얼굴과 노래가 많이 올라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내 블로그는 그 어떤 교육적인 목적은 없다. 학교에서도 내 블로그에 올린 사진을 보고 같이 낄낄대고 웃을 뿐, 내 블로그에 00를 올리면 애들이 읽고 좀 생각해보겠구나.. 등등의 목적으로 글을 쓰지 않는다(이 글을 제외하고).

내 블로그는 내 개인의 웹로그이며, 내가 있는 공간과 시간의 즐거움과 슬픔에 대한 기록이다. 나는 다른 사람이 추억을 대신 담아주기 위해서 사진 찍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멋진 공연을 대신 보관해주려고 녹음하지 않았다.

나는 여기에 나를 기록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담는다. 오늘 내가 보았던 어떤 장면과 사람과 들었던 노래와 이야기에 대해서 여기에 옮겨놓고 집에서 껄껄껄 웃거나, 울거나, 노래하거나, 욕을 퍼붓는다. 따라서 내 블로그의 모든 컨텐츠는 내 감정의 반영이다. 어떤 사람은 철저히 익명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특정 분야(경제, 영어공부)에 한정하여 전문적으로 블로깅하며 타인을 돕고자 하지만, 나는 내 이름과 내 얼굴과 내 목소리를 그냥 다 까발려 담기도 한다. 나는 그냥 나를 기록하면서 생각하고 즐겁게 놀고 싶을 따름이다.

내가 굳이 내 사적인 이 공간에 작성한 글을 "공개/발행"하는 것은 혹여나 지나가다가 누군가 와서 같이 웃거나, 같이 울거나, 같이 노래하거나, 나한테 욕을 퍼부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학생분들께 제발 부탁인데

이화외고에 들어와서 여러분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거나 학교 이미지를 제고하는 등등의 의도와 이 블로그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한다. 혹시 여기 들어와서 자기의 학창시절을 추억할 수 있어서 기뻤다면 나 또한 기쁘지만, 그건 친구 휴대폰에서 자기 사진 발견하는 정도의 소소한 기억의 교차점인 것이지 .. 혹시나 무슨 여기를 이화외고 소식을 전하는 미디어쯤으로 오해하지는 말기를...

또 한가지는 나는 이화외고 오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보살핌과 사랑이 없이는 인생 자체가 찌질한 루져loser이자 아웃사이더적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대학 때부터 내 사고는 변태적이고, 아웃사이더적이면서, 부모님이 보기에는 유약하고 공부만 한 외아들일 뿐이었고, 교회와 서울대와 학생회와 장애인 단체를 오고가는 유랑자에다가, 교양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되는 것에는 전혀 관심 없고 기숙사에서 시켜먹는 통닭이 매일 마냥 즐거웠던 말초적 인간이었으며, 5년간 사랑했던 여인에게는 결국 버림받은 병신이었다. 이런 모자란 사람의 글 하나에 123년 이화학원의 정신이 훼손될 리도 없을 뿐더러, 여러분이 매일 학교를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처럼 나도 내 직장을 무척 사랑하고 또 조금 미워하기도 하는 것으로 인해 평가절하될 학교도 아니다. 사실 누워서 침뱉기 아니겠나? 여러분이 좋은 이화인이 되는 것은 훌륭한 선생님들을 본받아서 되는 게 아니라, 여러분이 훌륭해야 훌륭한 사람을 발견할 줄 알고 훌륭한 가르침을 알아듣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은 학교에서 만나는 교사들이 무언가 대단한 인격이 있는 줄 아는지? 우리끼리 만나면 술 마시고, 욕하고, 서로 미워하고, 또 어느새 좋아 죽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욕설에 거부감을 느끼고, 노숙자에게서 더러움을 느끼는 하이지에닉하고 참기름 냄새나는 미끌미끌한  신분상승을 위한 교육.... 싫다. 교육은 비위생적이고, 더럽고, 삶이 퍽퍽한 사람들에게 비린내 풍기면서 고무장갑 끼고 다가가는 것이어야 하지 그 반대로 완성되는 바르고 이쁜 우리말 배우기 과정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한테서 류관순의 이미지를 보지 마라. 나는 이화에서 만난 너희 인생의 어떤 사람일 뿐이다. 그냥 그런 사람 고등학교 때 만났는데, 뭐뭐는 참 재수 없었고, 뭐뭐는 좀 기억에 그래도 남네.. 그러면 되는 거지. "이화인"의 품성을 가르친다고 하는데 그런 게 어디 있나? 그런 거 다 근대에 새로 생긴 민족 개념을 등에 업고 조작되어 강요되는 억압일 뿐이다. 그냥 나나 우리 학교 걱정하지 말고, 너랑 나랑 잘 살면 되는 거다. 내가 웃는 이유를 나무라거나, 우는 이유를 달래거나, 노래를 못한다고 평하거나, 내가 욕한 대상을 욕하지 말라고 옹호하는 건 고맙지만 나보고 그만 웃으라거나, 울지 말라거나, 노래하는 입을 닫으라거나, 욕은 뱉지 말라고 하지 말라. 나는 말 잘 듣는 학생임원들보다 찌질하게 상담하다가 열등감에 연신 울기만 하는 머저리 같은 아이들을 더 사랑한다.

도대체 어떤 상위 조직의 명예와 소속감을 이유로 노래 못하거나, 울지 못하거나, 침 못 뱉는 인간은 여전히 인간인가?

선생님 마음알겠는데
학생들 자주오는 홈페이지고
선생님 아시는 분들도 많이오실텐데
이화외고 교사라는거 여기 오는 사람들 대부분 다 알텐데
욕은 좀 자제해주시면 안되나요
보기 좀 그래요..
건방지게 들으실수도 있는데
그냥.. 다른사람이 봤을때 이화외고교사는 홈페이지에 이런 욕쓴다 이렇게 생각할까봐
좀.. 걱정도되고..
선생님이라는 위치가 학생들이 욕하면 바로잡아줘야된다고 생각하는데, 선생님이라는 분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욕을 사용하시는건 정말 보기 안좋은것 같아요
그리고 위에 학생처럼
조금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다른 선생님들은 학생들 집에 돌아갈 걱정 하실수도 있는거고
그냥...그런생각들었어요^^;
- 이화외고님의 댓글 (바로가기)

욕설은 어떤 비상한 감정이 인내력의 한계를 넘어 밖으로 돌출하는, 이를테면 불만이나 스트레스의 가장 싸고 '후진' 해소방법이라 느껴집니다. 그러나 사과가 먼저 있고 사과라는 말이 나중에 생기듯이 욕설로 표현될 만한 감정이나 대상이 먼저 있음이 사실입니다.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中.


결론적으로 비싸고 고급인 사람들은 여기서 나가고, 싸고 후진 애들만 남기를.

감정과 사람됨에 관심이 없고 욕설이 신경 거슬리고 다니는 학교의 명예가 걱정되는 사람은 그냥 오지 말길. 신경 거슬리지 않는 사교모임, 친절한 교사와 친구, 유망한 미래를 약속하는 동아리는 저 밖에 널렸는데 왜 주소창에 치기도 어려운 seoulrain.net을 타이핑해 들어와서 글쓰는 내용도 아니고 태도와 명예를 문제삼는 건가?

지금 맨날 한번도 내용은 뒤집은 적 없이 맨날 껍데기만 갈아치우다가 결국 한 사람 죽어나간 걸 이리도 아직 모르나? 전두환 앞에 두고 윽박질렀던 노무현의 상스러움을 두고 그래도 한 나라의 대통령을 할 수도 있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세계의 사람들이 볼텐데 한국 대통령은 욕 잘하고 흥분해서 대통령 됐다고 할까봐 걱정된다고 할 건가? 노무현은 그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행동했을까, 아니면 그냥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성질이 욱했던 걸까? 물론 노무현 마음은 이해되지만 그래도 청문회에서 공개적으로 그렇게 삿대질 하는 건 정말 보기 안 좋은가?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청문회에 답변하러 나온 사람 입장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해야 하나?

도대체 모든 교양과 상식은 감정과 대상을 배제하는 것이냐?

바로잡아야 할 건 욕이 아니라, 욕할 대상과 욕하고 싶은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한 번도 개새끼라고 욕할만큼 분노해 본 적이 없다면 삶의 진정성을 의심해보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Posted by 서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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