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 총학 성명에 드러난 유치함에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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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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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지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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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동대총학의 성명서 전문은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이다. 그러나 이미 인터넷은 한동대와 보수기독교 전반에 대한 성토로 뜨겁다. 그저 감정적인 배설이나, 종교적 사고 자체를 폄훼하는 태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비판은 해당 성명서가 절대적으로 이념적이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예컨대, 분향소가 정치적이기 때문에 교회에 설치할 수 없듯 총학이 정치적일 수 없기 때문에 분향소를 설치할 수 없다는 의견은 그렇게 말함으로써 충분히 탈정치적인 것이 되었나? 이미 정치적 의견에 따른 반박은 언제나 정치적 의견일 수밖에 없다. 그냥 싫다고 까면 될 것을, 거룩하신 하나님과 금식을 운운하면서 무색무취의 향을 입어보려는 의도가 꼴사납다.
이 논점과 별개로, 역시 존경하는 조갑제 선생님과 우리나라를 목숨 걸고 수호하시는 김동길 교수님의 지론 중 "자살이 잘한 짓은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다. 특히 낙태를 반대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착한 사람들을 포함하여 상황윤리가 판을 치는 이 어지러운 세태에 노무현의 자살이 불러올 파장을 심히 걱정하며 밥을 굶고 눈물로 기도하자고 호소하는 진심어린 사람들 또한 이 대열에 합류한다.
물론 자살은 좋지 않다. 그러나 자살을 강요하는 사회나 국가가 있는가? 동물의 왕국을 포함하여 인간 이외의 모든 생명체 집단은 자살을 정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사마귀가 교미 후 암컷에게 먹히는 것을 자살이라고 볼 수 없다. 그것은 유전자 확장 가능성을 높히기 위한 일종의 자연선택인 것이지 스스로(自) 단지 죽기 위해서 선택한 죽음은 아니다. 오직 인간만이 즐거움만을 위해 섹스하고, 단지 죽기 위해 죽는다. 죽은 사마귀는 종족을 보존하는 임무를 완수하지만, 죽은 노무현은 유령이나 심볼로 남을 뿐이다.
따라서 자살은 절대 미화되지 않는다. 오늘 저녁부터 프로야구 대신 대한뉴스에서 우리 모두 죽자고 선전하고, 소녀시대가 "자살송"을 부른다고 하여 자살율이 오르는가? 자살율은 죽음을 종용해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삶의 맥락에 대한 희망을 끊을 때만 올라간다. 다시, 그 누구도 자살을 미화할 수 없다.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나? 인간이 죽고 싶은 것은, 살아 있는 것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삶의 맥락, 살아 있는 이유에 대한 혐오에 기인한다. 노무현은 숨 안쉬는 게 쉬는 것보다 좋아서 죽었나? 숨 안쉬는 이유가 숨 쉬는 이유보다 더 나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죽었다. 이 선택을 유시민이 불쌍하고 가엾은 인간적인 선택이라고 했다. 인간적인 선택이란 그런 것이다.
두번째로, 자살 이외의 죽음은 모두 원인cause을 따질 수 있으나 -- 암, 교통사고, 추락사, 질병 --, 자살만은 동기와 맥락이 우선한다. 빚 때문에 몸을 던진 아저씨의 자살에서 중요한 것은 추락이 아니라, 빚이다. 수능성적이 안 나와서 약 먹은 아이에게서 중요한 것은 수면제 판매처가 아니라 수능시험이다. 생명보다 맥락을 미화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신용불량사회가 수십미터의 위치에너지와 같은 공포를, 입시제도가 수면제 수십알과 같은 생리적 위협을 가한다는 인식이 먼저이다. 그 사람이 불쌍하지만 생명을 버린 것은 죄라고 말하기 전에, 신용불량사회가 사람을 죽일 정도로 어두워진 것과 시험제도가 수면제 복용만큼 어질어질해진 것이야말로 죽음과도 같다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니냐?
죽음 이후에 심판이 있는 것을 아는 기독교인은 자살이 죄라고 해야 하지 않냐고 물었는데, 진정 죽음 이후에 심판이 있다면 잘 먹고 똥 잘 싸다가 늙어 죽은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신은 신용불량과 입시제도와 같은 사회적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목숨 자살하는 것은 절대윤리로 무조건 죄라고 하면서, 사회가 절대적으로 핏기를 잃어가는 건 자살과는 또다른 외부의 문제라는 인식. 개인의 생명을 넘어서는 유기적인 신앙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개인주의적이고 유치한 신앙이다.
그리고 우스워서 몇마디 더 붙이는데,
칼빈이 죽인 수많은 사람들은 하나님이 명해서 죽인 건지? 칼빈 옹호할 때마다 역사적 맥락 운운하던 사람들이 정작 현대의 사회적 맥락이 어두울 때는 이념을 버리고 "하나님이 원하는 것"을 하자고 하니, 이건 뭐 아연실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