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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예수가 겨울비에 젖어 운다.
그들이 보여주는 사진에는 그림자 하나 없다. 그들은 빛이 가득한 세계만 보여준다.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그림자가 없는 사진에는 깊이가 없다. 3차원을 암시하는, 아주 중요한 조형적 요소를 빼놓기 때문에 그들이 보여주는 사진은 평면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들도 저희 나라의 지도자들이 가난을 숨기려는 이유를 알고 있다. ...(중략)... 아프리카 어떤 나라에 맥큐베인이라는 사진작가가 있다. 그는 다른 나라의 작가들처럼 고통받는 국민들을 사진 찍었다. 그것, 다시 말해 자기가 태어나 자란 아버지 어머니의 나라에서 애정어린 눈으로 이웃을 바라보고 바로 그 땅에 살며 동족의 어려운 생활을 기록했다는 한 가지 이유 때문에 그는 감옥에 가야 했다. "얘야, 너는 이 세계가 얼마나 지혜롭지 않게 통치되고 있는지 아느냐?" 옛날 어느 나라의 수상이 자기 아들에게 했다는 유명한 말이다. 그가 죽고 몇 세기가 흘렀지만 세계는 아직도 "지혜롭지 않게" 통치되고 있다.
- 조세희, 『침묵의 뿌리』, 열화당, 1985년, 28-29쪽.



Posted by 서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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