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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예수가 겨울비에 젖어 운다.

감사에 대하여

text / 2009/11/24 09:21

(지난 추수감사절 설교 생각나는대로 정리)

요즘 매체를 통해 감사하는 태도가 건강과 직결된다는 의학보고를 많이 접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모 대학에서는 감사하는 말과 태도를 지닌 실험군이 그렇지 않은 실험군보다 더욱 건강하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하였다. 이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는 사실 많은 목사님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그들은 창조-진화론 논쟁에서는 과학 무용론을 펼치다가 현대인의 건강하고 양식있는 생활태도야말로 성경에 들어있는 메시지라고 설교할 때는 다시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펼치고는 "거봐라, 감사하니까 좋은 것이 더 많이 오더라"라고 말한다. 

물론 감사하면 건강해지고, 욕심을 버리면 더욱 정신적 질병이나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울 확률이 크다. 오늘날 세상 좋아져서 감사가 몸에 좋은 이유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널리고 널렸다. 그러나 추수감사절의 의미에 관하여 성서는 감사를 길게 설명한 적이 없다. 오히려 성서는 감사를 명령하고 있는 편이고, 감사의 반대급부로 건강이나 질병으로부터 회피할 수 있다고 제안하거나 사람에게 감사와 건강을 거래하자고 말하는 대신에, 그것이 의무이며 감사하지 않는 것이 옳지 않기 때문에 감사하라고 주문한다. 

성서가 감사에 대하여 말하는 말의 요지는 나누지 않는 감사는 감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잠언서에는 "내가 얻은 모든 풍요 참사랑의 재료인데, 이웃에게 인색하여"라는 기록이 있다. 성서는 감사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내려가서 더 오래 살 수 있으니까 감사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당신이 살아있는 것 그 자체, 오늘 아침에 밥 잘 먹고 지금 숨쉬고 있는 것 자체가 너가 잘해서 받은 게 아니라 하늘의 은총이니 고마운 줄 알라고 말한다. 만약 가진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인식에 이른다면 감사는 받은 어떤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당위의 차원에서 이미 있는 것이 될 것이다. "이미" "모든 상황에서" 감사해야 한다는 이러한 인식은 다이제스트 잡지의 가벼운 메디컬 섹션 기사가 보여주는 감사의 권유와는 차원이 다르며, 듣는 사람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요구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피터 싱어의 책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에 등장하는 어떤 고등학생 아이의 태도, "내가 번 돈으로 나는 즐길 자격이 있다"는 데 대한 전면부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서가 말하는 이런 메시지에 주목한다면, 우리는 이제 보통 적십자에서 헌혈을 받을 때 듣는 이야기들 ─  "헌혈은 기부행위이지만 당신의 건강에도 좋고 혈액검사를 통해 질병을 미리 예측하므로 좋다"는 식의 선전을 듣고 나서야 감사에 발동을 거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하겠다. 감사는 어떤 교양있고 겸손한 사람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서 다만 중요한 것인가?  감사를 스쿠르지 영감을 지양하는 어떤 내면의 인격으로만 정의하는 한, 그는 더욱 많은 친구를 둘 수 있을지 몰라도 세상을 바꾸는 데에는 전혀 한 일이 없다. 성서는 이러한 종류의 감사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Thanksgiving Day에서 감사(Thanks)를 드리는(giving) 대상을 종교적 신으로만 생각하고 이웃을 돌보지 않는 이의 위선을 곳곳에서 지적하고 있다. 리더스다이제스트를 보며 매일 비타민제를 꼬박꼬박 챙겨 먹으면서 매일의 삶에 감사하고 건강한 삶에 투자하는 사람과 그렇게 하면서 교회에 다니며 감사하는 사람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요컨대 받았기 때문에 고마운 줄 아는 태도는 염치의 측면일 뿐이고 염치없는 것과 있는 것 사이에는 선악의 구분이 쉽지 않으며 염치는 유연한 대인관계과 성공에는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과는 무관하다. 성서는 많이 거둔 이가 적게 거둔 이를 얼마나 돕는가에 관한 적극적 기부(giving)를 감사라고 부른다. 감사를 교양인의 덕목이 아니라 욕망의 절제와 관련하여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위선을 점검해야 한다.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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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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