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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예수가 겨울비에 젖어 운다.

아이티의 하나님

text / 2010/02/06 22:06
"기독교의 신 관념은 나에게는 악마의 관념입니다. … 천사나 인간을 창조하여 밤낮으로 영구히 찬양할 수 있도록 하는 신이란 대체 어떤 유형의 신일까요? 그것은 제정신이 아닌 그리고 야만적인 허영심을 가진 전제 군주자의 모습이지요."
-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뉴스앤조이 기사에서 재인용)

영화 <장미의 이름>에서, 흉측하게 생긴 살바토레 신부와 함께 있던 여자는 악마로 지목받는다. 그 이유는 그녀가 있는 곳에 검은 수탉과 검은 고양이가 있었기 때문이고, 검은 고양이는 악마숭배자의 '표징(Sign)'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종교적 표징은 어떻게 다뤄지고 해석되고 있는가? 비종교적 세계에 대한 강한 응징을 열망하는 종교일수록, 오히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을 신을 대변하는 표징으로 보거나, 쓰나미와 같은 초유의 자연재해, 식빵에서 예수의 얼굴이 곰팡이로 피어나는 것과 같은 확률적 희박성(rarity)을 표징으로 삼아 욕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미국처럼 성공하려면 역시 신의 도움이 없을 수가 없는 것이고, 쓰나미처럼 사람 많이 죽는 것 또한 뭔가 신의 뜻이 있을 것이고, 식빵의 곰팡이가 그토록 예수를 닮았다는 것 또한 신이 개입했음에 틀림없는 것이다. 사실 나를 포함해서 우리는 솔직히 그러한 것으로부터 표징을 보게 되어 있다. 표징이라는 말 자체가 일상적인 것으로부터 확연히 구분되는 '표시(mark)'라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잘 서 있는 99명보다는 쓰러진 한 명에게 주목하고, 잘 지냈던 100년 보다는 배고픈 올 겨울이 특별히 기억이 나고, 또 우리에겐 그야말로 어떤 메시지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아이티의 대다수 민중이 종교의 힘에 의지하여 이 상황을 벗어나고, 마음의 위안을 바라는 것도 탓할 것만도 아니다. 생애에 가장 충격적인 일을 당한 사람은 그 상황의 이유에 대해 가장 즉발적으로 묻고, 해결책을 당장 구하고 싶으며, 무엇보다 '약속'을 원하게 되는 것이겠지. 

난 그런 종교적 신유와 각성을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또 그런 해석을 통해 어떤 개인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변화'된 삶을 시작할 수 있다면, 표징의 사실성(고양이=악마)을 떠나 반드시 비난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크고 희박한 것으로부터 표징을 해석하는 행위가 보통은 그 표징만큼이나 크고 힘 있는 자들을 더욱 감싸고 은폐하는 데 이용된다는 것이다. 검은고양이가 오발탄이든, 명중이든 상관 없이 그것은 그것을 표징으로 해석하는 행위로 인해 언제나 베르나르 귀와 같은 심판권자, 즉 권력자의 이익에 복무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날에는 검은(dark) 고양이 한 마리를 해석하여 UN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나, 여전히 자연의 어두운(dark) 이면을 활용하여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대통령궁이 허물어지면 다시 지으면 그만인 사람들의 체제(regime)를 정당화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아이티의 부정부패는 심판 받았는데, 먹이에 굶주려 섭정한 제국의 화이트하우스는 왜 건재한가?)

본회퍼는 "하나님이 우리로부터 자유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자유하시다."고 했다. 신이 인간의 능력이 결핍하고 부족한 영역에서, 가령 자연재해와 같은 영역에서 인간을 초월한다고 증명하여 신을 인식하고 믿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신으로부터 새디즘을 느낄 뿐이다. 내가 믿는 예수의 모습은, 아이티의 중요부분을 휩쓰는 재앙의 신이 아니라, 시체 더미 중 하나로 죽어 있는 한 아이의 얼굴이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저항하지도 못하고(십자가에서도 그러했듯이), 엄마가 보고 싶어서 "엄마 살려줘, 날 버리지 마"라고 얘기하며 숨을 거둔 그곳의 아이들 말이다. 

아이티에서 건재한 우리편 하나님을 찾지 말고, 죽은 무력한 하나님을 생각해보며 내가 고통에 참여하는 사람인지 나 또한 방조하는 자인지 되돌아보는 것만이 아이티가 주는 표징이다.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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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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