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노트 2-3. 표준화각 – 눈으로 사진찍기

사진 전문가의 강의가 아닙니다. 사진을 찍으며 드는 생각을 하나씩 정리한 노트입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의 사진 노트를 엿본다고 생각해주세요. – 서울비

렌즈의 초점거리를 변화시켜 보겠습니다.


△ (출처: www.geog.ucsb.edu)

그림에서처럼 초점거리가 늘어나면 렌즈에서 똑같은 거리에 떨어져 있는 동상이 더 큰 상으로 맺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초점거리가 늘어나면 빛이 덜 꺾이도록 덜 오목하게 렌즈를 다듬어줘야 하겠죠. (근데 그건 렌즈 만드는 회사가 할 걱정이고요.)

초점거리와 화각의 관계

우리는 초점거리가 작아질수록 대체로 사물은 작아져서 화면 안에 구겨져서 들어오고, 초점거리가 늘어날수록 원반 던지는 아저씨의 배꼽에 있는 털이 벽에 크게 나타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가까이에 사물이 있는 경우에는 두 개의 검은 선이 교차하는 지점이 초점이 맺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하세요.)

그런데 초점거리가 늘어나면 사물의 크기만 증가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볼 수 있게 되는 세계의 범위가 좁아지죠.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서 안경처럼 눈에 붙이면 아무 문제 없이 세상을 볼 수 있지만, 점점 눈에서 멀어지게 떨어뜨리면 주변을 볼 수 없게 되고 점점 답답해지지요.

그래서 초점거리가 늘어나면 더 좁은 범위로 세상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화각이 좁아진다고 말합니다.


△ 이미지 출처 미상

우리가 구매하는 렌즈에는 저마다의 초점거리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원반 던지는 아저씨 옆에 있는 배경을 억지로 구겨 넣지도 않고, 또 부담스럽게 아저씨 배꼽 털로 전진하지도 않은…… 사람이 눈으로 보는 모습과 비슷한 범위의 영상을 담아주는 초점거리는 35mm 필름카메라 기준으로 50mm 전후입니다. 그래서 50mm 렌즈를 표준렌즈라고 많이들 부르죠.

100mm는 두 배 줌이라고 생각해주세요. 화면은 좁아지고 화상은 커집니다. 25mm는 뒤로 더 물러난 느낌이에요. 세상은 넓어지고, 주변을 왜곡시켜 꾸깃꾸깃 화면에 많이 집어넣게 됩니다. 초점거리가 15mm 정도 되면 물고기 눈처럼 화각이 넓어집니다. 서 있는 상태로 정면을 보고 사진을 찍으면 내 발이 나올 정도이지요.

초점거리가 짧아서 넓게 보이는 렌즈를 “광각렌즈”(와이드앵글)라고 합니다. 초점거리가 길어서 멀리 있는 사물이 가깝게 보이는 렌즈를 “망원렌즈”(텔레포토)라고 합니다.

보통 행사사진 찍으러 온 사진사들을 보면, 커다란 줌렌즈를 많이 들고들 오시죠. 하지만 많은 전문가가 처음 사진을 배울 때 표준화각의 단렌즈를 사용해보라고 권합니다.

단렌즈는 초점거리가 일정한 렌즈, 줌렌즈는 초점거리를 변경할 수 있는 렌즈를 말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눈으로 보는 세상을 가위로 오려서 사진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은 물러나거나 망원경으로 당겨도 그다지 좋은 시선을 담지 못하기 때문이라지요. 여러분의 눈을 깜박이면 찰칵하고 사진이 자동으로 찍힌다고 상상해봅시다. 지금 방 안에서 어느 쪽을 보고 어느 쪽을 시야 바깥으로 제외하고 어떤 높이에서 눈을 “깜박”해서 “찰칵”하실 건가요?


△ 캐논 EF 50mm F1.8 II 렌즈

함부로 손가락을 까딱거려서 세상을 밀고 당기는 버릇 대신 필요하면 발로 더 가까이 가서 내가 보는 세상을 있는 모습 그대로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는 연습만큼 중요한 건 없을 겁니다. 사실 멀어질수록 비행기나 물고기의 시각에 가깝고, 가까이 갈수록 현미경이나 망원경 또는 파파라치의 시각에 가깝죠. 가장 사람다운 시선에서 사진을 담아보세요.

과장하지 않은 시선이 우리를 이야기로 초대한다

개인적으로는 표준단렌즈는 가장 해석의 여지를 풍부하게 하는 사진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누구나 50mm 렌즈를 눈에 하나씩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나름의 이야기들을 찾아내기 편하지요. 광각은 사진가가 더욱 많은 것을 프레임 안으로 초대하여 이야기를 완성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망원은 주제가 너무 분명한 경우가 많아 상상력을 제한할 경우가 많습니다.

유네스코와 국제적십자사 사진가로 일해 온 장 모르(Jean Mohr)는 여러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진을 설명해달라고 부탁해보았습니다.

  • 원예사 : 엄마 노릇 하면서 인형을 자기 아이 취급하는 꼬마 소녀
  • 목사 : 아이들이 이 세상의 잔혹함을 보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가? … 인형의 눈을 가리고 있는 손은 치워야 한다.
  • 여학생 : 인형에 입힐 옷이 없어서 아이가 울고 있다.
  • 은행가 : 잘 먹고 잘 입고, 그런 애는 좀 버릇이 없다.
  • 여배우 : 자기가 울고 있는 것을 보이고 싶지 않아 인형의 얼굴을 가리고 있다.
  • 무용교사 : 아이는 없는 게 없지만 그걸 모른다.
  • 정신과 의사 : 아이는 인형을 대신해서 울고 있다. 봐서는 안 될 게 있는 것처럼.
  • 미용사 : 독일 아이인지 금발이다. 나의 어렸을 때가 생각난다.
  • 공장노동자 : 아이는 큰 소리로 울고 있다. 누군가 인형을 뺏으려 하기 때문이다.

장 모르에 의하면, 사실 이 사진은 아이가 인형을 먹는 시늉을 하면서 인형 가지고 노는 장면이었다고 했겠죠. 그는 “하나의 영상이 자족적인 경우는 드물다.”고 말하면서 “영상은 뜀틀과도 같다.”고 말합니다.

어떤가요? 낙엽 한 장을 흑백으로 찍어놓고, 제목을 ‘인생의 고독’ 따위로 지어 작품이라고 하지 말고, 50mm 눈을 깜박이며 그저 그 영상 하나에 그저 하나의 설명만으로는 부족해 보이는, 사진다운 사진이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을 찾아, 눈을 “깜박”, 셔터를 “찰칵”하는 연습을 해봅시다.

세상을 함부로 구기지도, 함부로 확대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봐주는 일의 가치가 바로 표준렌즈에 들어있습니다.

이름을 주지도, 상표를 붙이지도, 재 보지도, 좋아하지도, 증오하지도, 기억하지도, 탐하지도 마라. 그저 바라만 보아라. 이것이 가장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저 보이는 게 찍힐 뿐이다. 카메라는 그저 파인더 안에 보이는 사물의 표면에 반사된 빛을 기록할 뿐이다. 그것이 전부다. 그것의 의미를 경험한다는 것, 몇 초에 불과하더라도 그것을 그저 바라만 보며 그 존재를 느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 필립 퍼키스(Philip Perkis), [사진강의노트], 안목, 2011년, 19~20쪽.

인간의 시선에서 구성되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잘 표현한 작품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프랑스 파리, 생 라자르 역 후문, 1932년

그의 사진집 제목인 <결정적 순간>으로 유명한 브레송은 절대 연출하지 않고, 찍은 다음에 절대 사진을 잘라내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 라이카 카메라의 단렌즈로 어떤 순간들을 담아냈습니다. 그는 피사체에 부탁하거나 개입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담아내는 것이 사진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했지요.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아르메니아, 1972년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Simi­ane La Rotaonde, 1969년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시간에는 광각과 망원의 특성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도전과제: 표준카메라로 사진 찍기 연습

도전과제: 필립 퍼키스가 시킨 대로 표준렌즈 카메라를 가슴 부분에 오게 넥스트랩을 조절한 뒤 온종일 돌아다니면서 카메라를 보지 않고 수시로 셔터를 눌러버리자. 집에 와서 결과물을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사진 고르기.

과제 실천의 예: 시애틀 출신 사진가 쿠퍼 씨. 홈페이지는 여기, 페이스북은 여기.


△ 고양이 사진작가 쿠퍼 씨.

(2012년 6월 처음 작성했고, 2014년 3월 슬로우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2014년 12월 블로그에 다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