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노트 3-1. 노출을 만드는 방법

사진 전문가의 강의가 아닙니다. 사진을 찍으며 드는 생각을 하나씩 정리한 노트입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의 사진 노트를 엿본다고 생각해주세요. – 서울비


△ 다이앤 아버스, 무제, 1970-71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방, 그 방에 누가 있을까요?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빛을 더하면 더할수록 무언가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서서히 드러난 형체, 질감, 그리고 결국 눈빛과 표정. 이 방에 빛을 멈추지 않고 계속 더합니다. 화면 전체는 눈부시게 하얗게 되어 하늘로 사라집니다.

무엇을 노출할 것인가?

우리는 사진의 노출은 사진기의 메커니즘에 의해 결정되는 물리적, 기계적 현상이고, 노출증 환자가 스스로 보여주고 싶은 순수한(?) 욕망은 심리적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진의 노출’을 검색하면 카메라 작동법 이야기만 너무 많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생각해요. 사진기가 보여주게 되는 노출은 기계가 하는 일이지, 나의 ‘노출’은 아닙니다.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 바로 이게 사진 찍는 사람에게 있어서 노출의 본질이라고 말입니다.

비정상적인 사람들, 그늘진 곳을 찾아다녔던 다이앤 아버스(1923-1971)는 1967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탈영병 보호소를 운영하던 샐스트롬과 함께 작업하다가 샐스트롬의 친척 아주머니댁을 방문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이앤은 아주머니가 냉장고에 기댄 사진을 찍어주고는 아저씨는 찍지 않겠다고 말하지요. 이유는 아저씨의 얼굴과 목에 벌겋게 습진이 일어 아저씨가 ‘무방비 상태’였으니까요. (퍼트리샤 보스워스, [다이앤 아버스], 세미콜론, 347쪽.)

아니 가슴을 덜렁거리는 누드족도, 더 끔찍한 문신을 한 사람들도 수 백 장 찍었으면서 아저씨의 습진은 못 찍어?

지켜줄 수 없다면 찍지 말아야 한다

다이앤에게 있어서 누드족의 가슴보다, 원치 않는 습진으로 고통받는 아저씨의 얼굴은 자신을 방어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에서 더욱 무방비로 ‘노출’된 아픔이었지요. 내가 지켜줄 수 없다면, 우리는 찍지 말아야 합니다. 사진이 어둡다, 밝다 말하기 전에 어떤 윤리적인 검토도 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지요. 이것을 드러내도 괜찮은가? 이것은 무엇무엇을 감수하고 반드시 드러내야 하는가? 등등에 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훌륭한 사진가들은 대체로 이렇게 대답할 것 같습니다. ‘피사체가 무방비라면 노출해서는 안 되고, 피사체가 지나치게 노출되고 싶어 하면 찍어도 좋은 사진은 되지 못한다.’ 아마도 좋은 사진은 이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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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데이비슨은 ‘동100번가’ 시리즈에서 가난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을 밀착해서 보여줍니다.

어떤 사진을 보면 ‘아, 정말 예술이다’, ‘아, 정말 어쩜 이런 묘한 장면을 포착했을까?’, ‘창문 밖 축축한 세계와 집 안에 인형처럼 놓여있는 백색 소파 위 흑인 소녀들을 봐, 기가 막힌 노출과 구도로군!’ (……)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실제로 매그넘 회원 중에서도 저널리즘보다는 사진에 예술적인 노출과 구도를 의도적으로, 은근히 연출하는 순수 사진을 찍는다고 알려졌죠.

그러나 그의 인상적인 구도와 노출이 만들어지기까지 자신이 그곳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잠자다가도 그 동네 사람들이 부르면 고장 난 보일러 사진을 찍어서 동사무소에 제출해주고, 심지어 법정 소송도 대신 담당해줄 정도로 그가 찍는 사람들을 사랑했다는 사실 말이에요.

피사체 스스로 노출하게 하기

사진을 밝게, 어둡게(……) 도대체 매번 어떻게 찍어야 적절한 밝기로 찍을 수 있는지 고민되시나요? 찍고자 하는 사람과 아주 오랫동안 함께하며 진심으로 그들을 이해하는 순간, 가장 좋은 모습으로 어느 순간 사진 안에 그들이 ‘노출되어’ 사진을 완성하게 될 겁니다.

전문가에게 노출에 대한 조언을 구하면, ‘조리개 8에 두고 계속 찍어!’라고 말하죠. 이 말 자체가 말장난인데, ‘조리개 8’은 뭔가 기술적이고 유용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f/8은 대부분 렌즈에서 만들 수 있는 조리개이고, 셔터와 ISO 를 함께 가르쳐주지 않으면 노출에 관해서는 쓸모없는 조언입니다. ‘계속 찍어’라는 말은 궁극적으로 노출이라는 게 쉽다는 걸 의미합니다. 좋은 노출을 얻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설정이 아니라, 인내와 헌신이며 그래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순간에 집에 안 가고 거기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 포토넷)

딱 적당한 노출로 사진을 어떻게 찍을 수 있는지 궁금하나요?
찍어요. 찍으라고요!

하루는 브루클린에서 험상궂게 생긴 흑인 청년 하나가 타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이 팬 흉터 자국이 있었다. 그는 나에게 자기 사진을 찍지 말라고 미리 경고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카메라를 부숴버리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에게, 내가 항상 미리 양해를 구하고 찍은 사진은 반드시 보내준다고 대답하고는, 사진을 모아둔 앨범을 보여주었다. 그는 사진을 찍도록 가만히 있어 주었다.
– 브루스 데이비슨

브루스 데이비슨 사진 몇 장 (지하철 연작 중)

도전 과제!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찍어 보기.

(2012년 6월 처음 작성했고, 2014년 3월 슬로우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2014년 12월 블로그에 다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