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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점심 먹으러 가다가 경찰서 앞에 주욱 늘어선 태극기들을 보았는데

 

오늘이 3.1절이라고.....

 

 

교회의 설교단에서도 3.1운동이야말로 기독교 정신의 표상이라고 대대적인 선전이 우렁찹니다.

 

 

그러나 씨알 같은 민중을 사랑하고, 농촌을 사랑하고, 조용히 걸으면서도 올곧았던 한 사람이 그리워지는 3.1절입니다.

 

함석헌옹의 글이 생각나서 옮기웠습니다.

 

 

 

교회의 3.1절이 아니라, 촛불 같고 풀 같았던 사람들의 3.1절을 생각해보아요.

 

유관순을 자유진영 선전물에 나오는 모델 뺨치는 예쁜 소녀전사로 그만 만들어요. (승복이도 그렇고.)

 

 

죄악을 정말 이기는 참반항은 평화정신으로만, 비폭력으로만 될 것 아닌가?

 

모든 사람이 다 자유로 온전한 발달을 할 수 있는 참평화, 창조적인 평화는

 

죄악의 세력에 대해 한 몸을 내놓고 날쌔게, 끈덕지게 결러대서만 될 것 아닌가?

 

남은 몰라도 나는 gentle과 revolt의 두 바람이 마주쳐 돌아가는 회오리바람을 탄 사람이다.

 

반항은 하지만 미워하진 말자, 싸우기는 하지만 주먹질은 말자.

 

모순인가? 모순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모순이 무서울 것 없지 않나? 삶은 모순인데.

 

 

(중략)

 

칼은 죽이지 말잔 칼이지 죽이잔 칼이 아니다.

 

주먹은 쥐지 말잔 주먹이지 쥐잔 주먹이 아니다.

 

주먹을 쥐면 힘이지만, 사실 그 힘은 쥐지 말고 펴서 열 손가락을 놀려서만 써지는 것이다.

 

손을 펴서 서로 잡으면 살지만 주먹을 쥐면 아버지 아들 사이도 서로 죽임이다.

 

안는 팔, 이끄는 손은 쥔 주먹으로는 아니된다.

 

 

 

모순, 무서울 것 없다.

 

나는 그냥 회오리바람을 타고 갈 것이다.

 

회오리바람이 무서운 것은 그 변두리에 있는 놈이지,

 

회오리바람의 중심엔 하나님의 보좌가 있다더라.

 

그러게 그대들은 보지 않았나,

 

회오리바람의 중심이 하늘에 통하는 것을 용이 오른다 하지 않았던가?

 

나는 저 상한 갈대도 꺾지 않고 끄물거리는 등잔도 불지 않으면서,

 

누구를 칠 듯이 채찍을 만들어 성전에서 장사꾼을 내몰며

 

"형제보고 어리석은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에 간다"하면서,

 

한 나라의 임금 보고는 '여우'라고 하는,

 

그래 그 결과 십자가에 달린 저 모순의 사람 중의 모순의 사람이 좋더라.

 

 

함석헌.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 서울: 한길사,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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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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