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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예수가 겨울비에 젖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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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고마웠어요^^

"이***님"ne***@n****.com  
2008-01-23 (수) 08:26:40 [GMT +09:00 (서울)]
 
(앞부분 생략...)
그래서 선생님들께 학교운영, 대교사, 대학생, 대학부모, 리더십 등 여러 측면에서
바람직한 교사상을 간단히 정리 좀 해주실 것을 부탁드리고 있어요.
 
가능하면 앞으로 다른 도의 교장 선생님들께도 특강을 할 생각이거든요.
 
감사합니다.
 
Make a great day!



답변 :


바람직한 교사상이라니 저는 바람직하지도 않을뿐더러 그토록 무거운 이야기를 하기에는 아직 너무 풋내기라서 드릴 말씀이 별로 없네요.


그러나 생각나는 몇 가지를 들자면,


일단 “바람직하다”는 말이 요즘 애들에게는 진짜 어색합니다. “학생이 000해서야 되겠어?” “니가 그럴 줄 알았다” 식의 원래 바람직한 게 정해져 있다는 분위기는 어느 설문조사에서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라고 하대요.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람직한 교사상을 강의해도 사실 각자 딴 생각하고 앉아있을 뿐입니다. 새마을운동은 끝났죠.


사실 21세기에 바람직한 것이 따로 있을 수가 없습니다. 만 개의 고원이 있다고 떠드는 마당에,  “바람직한 00상“만큼 따분한 주제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양보할 수 없는 건, 만약 어떤 교사가 전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어떤 사람이나 어떤 상황이나 어떤 맥락에서는 바람직할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이 없다면 다른 모든 면에서 그가 참 바람직한 교사라고 하더라도 그는 21세기 아이들에게 실패한 선생님이라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학교라는 게 또 국가나 사회의 ‘바람’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문제이지요. 말은 좋게 해도, 현장에서 학교가 막무가내로 자유롭고 다채로워지기는 힘든 이유입니다. 강연으로  21세기는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존중하는 탈획일화의 시대라고 역설해도, 강연 끝나면 교장 선생님들 박수 치시고 점심식사하러 가실 것 같습니다.


음.. 그래도 .. 우리가 이 바람직한 것들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정말 최소한 벗어야 하는 시급한 껍데기들이 있습니다.


일단은 제가 보기에 학교사회, 너무 남성 중심적입니다. 이건 여자고등학교, 여교사가 많은 것과 무관합니다. 학교운영은 서울대보내기 미션을 수행하는 하나의 군부대 전략회의이고, 교사는 중대장과 소대장, 학생은 소대원, 학부모는 보급부대이고 리더십이란 이런 전체 부대의 목적을 달성 여부에 따라 판단되는... 그래서 두발정리는 군인이 머리 길면 안 되는 이유와 똑같고, 운동장은 연병장, 학교 스탠드는 사열대, 경비실은 위병소입니다.


이런 섬뜩한 유비만이라도 빨리 벗으면 아주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좋은 교사는 제 생각에 이런 군대식, 문제해결중심의 사고를 벗어던지는 사람입니다.


영어공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영어 자체는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인데도 우리는 너무 영어를 이미 자본화해서 생각해왔기 때문에, <영어=돈> 이거 떠나서 생각하기 힘들잖아요.  언어의 아름다움, 또 언어의 힘, 언어로 포장된 역사나, 언어로 사탕발림한 정치 같은 것을 배우는 일은 꿈도 못 꾸고 오늘도 초딩들은 강남학원에서 파충류와 갑각류가 영어로 뭔지 외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기브미초콜릿하던 시대에는 영어가 돈 버는 수단이었는데, 이제는 영어 자체가 돈다발이 되었습니다.


정말 좋은 교사라면, 성취와 문제해결보다는 강제되는 과업과 강제되는 문제를 꼭 다 정답 맞추면서 살아야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교사라면 토익 만점 받아야 하고 영어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어야 하고 스킬도 뛰어나야 합니다. 동시에 수업은 토익 만점 안 받아도 안 죽는다고 전제한 후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 나고 말 났지, 말 나고 사람 났나요?



Posted by 서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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