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분류 전체보기 (1348)
text (347)
image (477)
D.Bonhoeffer (160)
Ocarina (37)
internet (327)
dumped (0)

민족적 자위

text / 2008/03/23 00:54


#1
박노자의 <민족적 자위> 개념이 재미있다.


며칠전 주위의 소위 말하는 "주사파"에 평소에 많이 시달려오신 한 지인 분과 점심 하면서 대화를 나눈 일이 있었습니다. 북한에 대해서 알 것을 다 알게 된 요즘 세상에서 1980년대말의 이 정치적인 "유물"이 어떻게 이렇게 잘 "보존"될 수 있는가 라는 것은 저희 두 사람의 공동된 궁금증이었습니다. 같이 생각하다 보니 현실과 "주사파"의 상상 세계가 사실상 별다른 관계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즉, 현실이 아무리 바뀌어도 "주사파"는 바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주사파"의 "상상의 정치"를 표현하자면 이게 성교 상대방의 실질적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일종의 "자위 행위"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성욕을 극복치 못하는 보통 중생이 실질적인 성행위를 못하는 경우에는 대개 자위를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그러한 표현을 부끄럽게 여기기도 하지만, 실제로 성인의 절대 대다수는 자위의 경험이 있는 것이고, 이는 정상적인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상 (내지 상상)을 현실 세계에서 구현할 수 없는 이들은 대개 상상 속에서 가상의 유토피아를 만들고 그 완벽한 유토피아에 대한 찬양을 하면서 충성을 다짐하지 않습니까? 일부 서구 중산층 출신의 불자들이 보는 "오로지 명상에만 잠기는, 평화로운 샹그릴라와 같은 티베트"도 그러한 유토피아에 속하고 (실제로는 티베트 역사는 전혀 "평화"롭지 않았습니다), 1960년대 후반의 서구 마오이스트들이 생각했던 "혁명적 열정에 가득찬 신 중국"도 그랬고 (실제로 문혁은 "혁명"이라기보다는 대규모의 야만에 가까웠습니다), 결국 조선 사대부들의 "요순시대"나 "세종대왕 시대의 치국"도 그러한 "행복한 상상"에 속합니다. 세상이란 바로 고(苦) 그 자체라는 진리, 중생이 있는 곳에 모순과 갈등이 늘 있다는 진리, 국가라는 폭력 조직이 - 그게 달라이라마의 국가든 모택동의 국가든 -  그 성질상 "아름다울 수" 없다는 진리는 인간에게 참 받아들여지기 힘든 것입니다. 그 진리를 안고 산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지요. 가는 데마다, 심지어 본인이 속하는 집단에서까지 모순을 발견하고 자아를 집단과 분리시켜야 하니까요. 그러기에 차라리 집단적인 "행복한 상상", 어디에선가의 유토피아 찾기에 정신을 파는 게 더 쉽습니다. 그것이 광의의 집단적 자위 행위가 아니라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원본글 있는 곳 : 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12160





#2
그러나 조금 덧붙이자면(박노자의 글은 조금 유머감각이 부족한 듯),

권터 아멘트 박사의 <섹스북>(박영률출판사,1995) 에서 남자 아이 카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비교적 일찍 그걸 시작했고, 그 장난이 늘 재미있었죠. 자위를 자주 하면 척추에 이상이 생긴다느니 머리가 멍청해진다느니 하는 얘기도 여러 번 들었지만 처음부터 그런 말은 믿지도 않았어요.(20쪽)

한 가지는 확실하죠. 언젠가는 이 혼자 하는 자위라는 걸 그만둬야 한다는 거 말예요.  ... 어른이 돼서도 게속 그런 어린애 장난에 매달려 있고 싶진 않아요. 갈수록 그런 짓 하는게 멍청하게 느껴지거든요. (28쪽)





#3
결론?

물론 환락가 모 룸싸롱 룸빵 안에서의 뽀르노와 함께, 미친놈들의 집단적 자위행위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그러나 우리가 카이의 의견이 반드시 옳다고 볼 수 있을까?

세상에는 나쁜 기만과 좋은 진실만 있는 게 아니라,
좋은 기만과 나쁜 진실 사이에도 헷갈릴 때가 많은 걸..

우리가 가식과 위선을 벗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위선을 위선하고, 때로는 위악을 통해서 위선하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나이가 들면서 (ㅋ) , 말을 줄이는 게 소원이 되었고... 말만 많은 사람을 전보다 더욱 혐오하게 된 것 같다.


어쩌면 자위적 유토피아는 나쁘지 않다.
다만 빨리 끝나고, 엄마의 방문을 두려워하고, 친구와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지 않는
폐쇄적이고 조울증적이고 도착적인 자위가 문제될 뿐.













Posted by 서울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