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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예수가 겨울비에 젖어 운다.


정의에 대한 6가지 철학적 논쟁 상세보기


* * * 

이 책의 장점은 정의(justice)에 대한 6가지 의견을 옴니버스식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론의 함의와 비판, 검토를 책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는 데 있다. 특히 그 중심에 <공리주의>를 둠으로써 자칫 지나치게 보편적이거나 지나치게 특수한 논의로 빠지는 위험을 피하고 맥락과 범위를 잘 한정하여 매우 탄탄하게 쓰여졌다. 

두 번째 장점은 <기독교 윤리>와 근대 유럽적 이성을 중심으로 한 <철학적 윤리> 사이를 효과적으로 줄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합리적 이성만을 신뢰한다는 뻣뻣한 사람과 <오직 예수>를 외치는 근본주의적인 종교인 사이를 이 책처럼 효과적으로 비교해석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정의>라는 코끼리는 <각자에게 정당한 몫>이라고 이름지을 수 있다. 이 이름을 부정하는 사람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은 오늘날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대체로 동의되는 바다. 다만 얼만큼이 정당한가에 따라 사람마다 의견이 다른데 아마 6명의 사람들이 한 가족이라면 파이를 나눠먹는 일에 대해서 이렇게 대화하지 않았을까? 


공리주의자 밀 : 아빠만 배부르면 다야? 가족이 다 같이 배불러야지. 우리 가족 전체 식탁에 음식이 많이 올라오냐가 중요하잖아. 엄마가 더 큰 파이를 굽게 하자. 

롤즈 : 밀, 네 말대로 하면 막내가 밥을 못먹어도 다른 가족들이 더 많이 먹을 수 있으면 괜찮다는 말이니? 물론 가족끼리 똑같이 파이를 나눠먹어야 하자는 말은 아니야. 아빠가 돈 벌어오고 능력도 있으니까 좀 더 많이 드실 수도 있지. 하지만, 적어도 어제보다 큰 파이를 구웠는데 막내가 어제보다 더 파이를 더 적게 먹는 일만큼은 없도록 하자. 

노직 : 밥 먹는 데 평등하게 나눠먹는 것보다 먹고 싶은 만큼 먹는 게 더 중요해. 자꾸 두 개를 섞지 마. 막내가 다이어트하고 싶어서 안 먹는다고 하면 그냥 내비두면 되는 거야. 핵심은 자유라구. 밥상에 자발적으로 와서 앉았으면 바꿔먹든 두었다가 나중에 먹든 서로 합의만 있으면 내비두자. 왜 자꾸 법칙을 만들려구 해. 

카톨릭 주교 : 노직, 사람은 가족이 있어야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거야. 하느님은 사람이 다 존엄하다고 하셨지. 우리는 그 존엄성을 가족 안에서만 얻을 수 있단다. 자유롭게만 해주면 좋은 가족이 된다는 환상을 버려. 막내가 먹고 싶어하는 게 있으면, 막내는 가장 약하고 가난하니까 먹여주어야 하는 거야. 

니버 : 저는 밀의 이야기나 주교님의 가족 얘기나 다 웃기는 얘기라고 봐요. 솔직히 다 우리가족 우리가족 하지만 지가 배고프면 뺏어먹고 싶은 게 사람 심리라는 걸 왜 모르시나요? 좋은 가족 얘기나, 막내가 배고플 때 먹여주는 것보다 막내가 배고프면 더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막내에게 주는 게 더 중요하죠. 가족도 사실 정치이고, 힘의 균형이 필요한 거라구요. 

미란다 : 성경에 보면 하나님은 가난한 사람 편이에요. 직장도 있고 맨날 막내보고 뭐라고 하는 아빠 편이 아니라구요. 못먹고 덜 먹는 사람이 없이 공평해야 그게 정의죠. 성경을 잘 읽으면 그게 나와있다구요. 좋은 가족이랑 좋은 가족이 되는 방법을 구분하는 게 사실 애초부터 불가능하죠. 좋은 가족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 우리 밥상이 불공평한지를 보고 그 불공평한 것을 실천해서 막내를 해방시킴으로써 우리는 성경이 말하는 정의로운 신을 알 수 있는 거라구요. 



Posted by 서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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