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노트 1-2. 윤미네 집

사진 전문가의 강의가 아닙니다. 사진을 찍으며 드는 생각을 하나씩 정리한 노트입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의 사진 노트를 엿본다고 생각해주세요. – 서울비


△전몽각 사진집 [윤미네집] 수록 사진

사진집 [윤미네 집]은 아빠가 딸의 탄생부터 결혼까지를 사진으로 기록한 사진집입니다.

좋은 사진의 요건 ‘성실함’

윤미네 아빠 전몽각 씨는 사실 실험적이고 개성 있는 시선을 만들려 탐구하고 노력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사진가가 되었습니다. 이 사진집이 이토록 오래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구라도 찍을 수 있는 사진을 부지런하고 끈질긴 성실함으로 따뜻하게 기록했기 때문이지요.

그렇습니다. 시선 자체가 특별해서 남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진실을 드러내는 천재적 이미지도 매력적이지만, 그것보다 어려운 건 작고 보잘것없는 어떤 만남이나 일을 처음 마음을 잃지 않고 아주아주 오랫동안 지켜주고 돌보는 일일 거예요. 정말이지 평범한 시선이 반복되고 축적될 때만큼 위대한 건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좋은 사진의 요건으로 시선 다음으로 성실함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찍을 수 있지만 더 빛나는 사진

베이브 루스의 뒷모습이 특별한 시선을 지녔을 때만 물리적으로 포착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면, 전몽각의 사진은 특별하지 않아서 누구나 찍을 수 있었지만, 그저 지나쳐버리는 모습들을 고이 담아 차곡차곡 쌓았다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어떤 천재적인 사진가도 우연과 재능을 통해 남들이 못찍는 작품을 끝내 만들어낼 수야 있겠지만,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다 한들 자신의 삶을 통해 매일매일 착하고 어진 아빠가 되지 않고서는 절대 [윤미네 집]을 찍을 수 없겠지요. 여러분은 모나리자를 그릴 능력이 없지만, 다빈치는 여러분의 침실에 들어올 권리가 없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해봅니다. 사진이 대상의 본질을 꿰뚫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미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한편 누구나 알고 있는 의미를 다시 한 번 기록하여 공유하는 것은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일인가?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면 신기하고 장엄한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지만, 정작 나의 존재에 더 살갑게 달라붙어 있는 우리 집의 거실과 매일 보는 화장실의 거울, 나의 아내가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들어버린 그 피곤한 저녁, 하루 이틀도 아닌데 아침밥 먹기 싫어 투정부리다가 오늘도 혼나고야 마는 막내 녀석의 얼굴을 찍어봅시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퇴근 길에 그 사진을 꺼내어보면, 세상의 어떤 작품 사진이 주지 못하는 뿌듯함이 밀려오면서 끝내 피식하고 웃게 되거나 눈물이 핑 돌고야 말 거예요.

위대한 것은 일상에 있습니다.

카메라가 있을 때 이론 생각은 그만하고 이미지에 대해 과도하게 사색하지 마세요. 자아를 버리고 사진이 당신을 찾아오도록 하세요. 주위를 강물처럼 흘러가는 인생을 관찰하고 여러분이 찍는 사진이 여러분이 살고 있는 시대를 집대성한 역사에서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랍니다.
– 일라이 리드(Eli Reed) @매그넘

성실한 관찰이 돋보이는 작품들


△매일 수만 명의 방문자가 찾는 다카페일기 블로그. 가족의 평범한 일상을 부지런하고 재치있는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그중 가장 재미있는 건 ‘오늘의 있을 수 없는 일’ 시리즈.

△아주 오랫동안, 아이를 기다려 온 과정을 정성 들여 기록한 작품

(2012년 6월 처음 작성했고, 2014년 1월 슬로우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2014년 12월 블로그에 다시 올림)

“사진 노트 1-2. 윤미네 집”에 대한 2개의 생각

  1. 본문중에 인터뷰 매그넘 엘리리드가 아니라 일라이 리드 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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