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노트 1-3. 슬픔과 기쁨의 눈높이에서

사진 전문가의 강의가 아닙니다. 사진을 찍으며 드는 생각을 하나씩 정리한 노트입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의 사진 노트를 엿본다고 생각해주세요. – 서울비


△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빌 알아드가 찍은 울고 있는 양치기 소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 빌 알라드는 페루에서 우연히 어린 양치기 소년을 찍게 됩니다. 가족의 전 재산과도 같은 양을 책임져 이동시키고 있었는데, 갑자기 트럭이 나타나서 양들을 치고 가버렸지요. 상실의 아픔과 불안과 공포 속에 먹먹하게 우는 아이, 빌 알라드의 카메라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와 마주하게 됩니다.

더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두 가지 이유

사진가가 피사체에 더 가까이 가지 못하는 이유는 보통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습관입니다. 어느 아버지가 아이를 찍은 사진을 보니 한 번도 무릎을 꿇거나 엎드리지는 않고 편하게 서서 내려다보며 찍기만 했더라고요. 물론 그렇게 찍으면 안 될 이유는 없지만, 아이의 시선에 공감하는 사진으로부터 한참 멀리 있는 사진이 될 겁니다.

붐비는 강남 지하철역에 아이와 함께 걷다가 무릎을 꿇고 아이의 시선으로 내려와 보세요. 어른이 느끼는 것보다 세상은 크고 위압적이며, 숨 막히는 곳입니다. 빌 알라드의 카메라 시선이 좋았던 것은 그가 아이의 눈높이에서 잃어버린 양들을 함께 바라보는 위치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는 것입니다.

둘째, 그럴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도촬 사진을 찍을 경우 그렇고,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의 사진을 찍거나, 행사의 공식 사진촬영을 담당하면서 진행에 방해가 될까 봐 더 가까이 가서 눈높이에서 찍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지요. 물론 모든 제약을 이길 수는 없지만, 빌 알라드의 경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가 언제나 침입자인 만큼 그들에게 우리의 침입이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죠.” – 빌 알라드

카메라를 든 침입자의 예의: 최선을 다해 공감하기

즉, 내가 없었더라면 더 조용하고 깨끗했을 이 시간에 카메라를 가지고 여기 있게 되어 무언가 방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편하게 인정하는 겁니다. 대신 가능한 범위에서 함께 섞여 들어가서 함께 그 순간을 즐기거나, 함께 울어주면서 최선을 다해 사진을 찍도록 해보자는 말이겠지요.

축가를 찍으면서 좋은 순간에 사진보다는 박수를 쳐주는 여유도 가지면서 찍는 게 좋겠지요. 정말 마음이 아픈 어떤 순간에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조용히 눈을 감고 공감해주는 태도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제임스 낙트웨이가 전쟁터에서 근접촬영 결과물을 많이 남길 수 있었던 건 그가 무모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의에 대한 감각이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군중에게 얻어맞는 남자를 보고 뛰어 따라가 무릎을 꿇고 제발 그 사람을 살려달라고 애원한 적도 있었답니다. 현장에 함께하는 동류의식과 눈높이로 내려오는 겸손함 없이 좋은 사진을 찍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피사체의 입장과 눈높이로

그래서 눈높이가 기본이라는 것. 그런 뒤에야 3분할 구도를 만들거나 변칙적인 구도를 시도하는 것. 무엇보다 먼저 피사체의 입장과 눈높이로 내려와 보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기본적으로 아이를 찍을 때는 무릎이 닳도록 기어 다니면서 찍는 게 맞고, 그보다 높으면 아이를 귀여워하거나 깔보는 어른의 시선, 그보다 낮으면 아이를 커다랗게 존중하거나 힘을 표현하려는 시선이 담기게 되는 거죠. 예쁜 꽃을 찍을 때 조금만 꽃의 눈높이로 다가가서 찍어주세요. 꽃의 시선으로.

만약 몸을 높이거나 낮출 상황이 안 된다면 광각렌즈의 조리개를 조금 조여서 카메라만 아래로 위로 올려서 피사체에게 가까이해주세요. 이를 위해서 50밀리 정도의 단렌즈로 사진을 연습하는 걸 추천합니다. 필요할 때 줌링을 돌려서 피사체를 편하게 끌어당겨 보기만 한 사람과 짜장면 먹는 아이 모습을 가까이 담으려다가 렌즈에 짜장면이 묻어본 사람의 사진은 다를 수밖에 없겠죠?

때론 아이가 되고 때론 풍선이 되어

길바닥에 엎드리거나, 아이를 따라 달리면서 구부정하게 몸을 낮춰 사진을 찍어봅시다. 아이의 키가 1미터도 되지 않는다면, 함께 외출했을 때 무조건 무릎을 꿇고 찍어보아요. 탁자 위에 있는 음식을 먹는 사람의 위치에서 찍지 말고, 수저를 들었을 때 수저가 그릇 쪽으로 출발하는 그 높이에서 찍어봅시다.

우리 집 개를 찍을 때 개처럼 앉아서 개 소리를 내면서 개가 돼서 찍어보자. 풍선을 보는 아이를 찍을 때, 풍선을 든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 말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풍선을 찍어보고, 풍선의 눈높이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시도를 권합니다. 피사체의 눈높이는 더 좋은 사진을 당신에게 선물할 겁니다.

“어떤 사람을 봤을 때 바로 생겨나는 느낌이 있어요. 이 사람은 환상적인 사진이 될 것이다. 환상적인 사진이 되게끔 하는 무언가가 그 사람에게 있다는 거죠. 그런 보통 내적인 거라고 할 수 있죠. 겉모습이 아닌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응답하는 방식, 아니면 사진가인 제게 응답하는 방식이죠. 그리고 그것은 그들 눈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삶에 대한 의지이기도 해요.”
– 조디 캅(Jodi Cobb)

피사체에게 다가가서 찍은 작품들


△ 조디 캅이 베트남 난민캠프에서 만난 아이. 그녀는 아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 삶에 대한 의지를 느꼈다고 한다.


△ 엘리어트 어윗(Eliot Erwitt)의 유머 넘치는 작품. 다른 방식으로 주제에 가까이 가기.

도전 과제: 좋아하는 얼굴을 화면 가득, 여백 없이 담아 보자.

(2012년 6월 처음 작성했고, 2014년 2월 슬로우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2014년 12월 블로그에 다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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