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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사진노트

사진 노트 3-5. 조리개-셔터-감도의 관계 이해하기

카메라에서 사진의 밝기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는 세 가지 요소인 조리개, 셔터, 감도의 의미와 서로 어떤 관계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물론 기본 개념은 [사진학 강의] 같은 책을 한 번 보는 게 좋습니다. 당연히 인터넷에도 자료가 많습니다.

그래도 이 자리에서 한 번 더 쉽게 설명해보겠어요.

카메라가 빛의 양을 조절하는 방법

조리개

카메라로 들어오는 빛을 물이라고 생각해봅시다. 카메라는 흘러 들어오는 이 빛을 어떻게 어떻게 조절할까요?

소니 NEX-5 단면도
△ 소니 NEX-5 단면도

먼저 렌즈에 보면 조리개(Aperture)라는 게 있습니다.

조리개 장치
△ 조리개 장치 (출처 미상)

원래 작은 구멍이란 뜻인데요. 렌즈에 달린 이 장치는 구멍을 작게도 크게도 만들어주는 장치입니다. 구멍이 크면? 빛이 많이 쏟아져 들어오겠지요. 구멍이 작으면? 빛이 조금씩 들어옵니다.

조리개 변화 모습
△ 조리개 변화 모습 (출처 미상)
조리개를 수도 꼭지로 비유
△ 조리개를 수도 꼭지로 비유

위 그림처럼 조리개를 열면 물이 더 콸콸콸 쏟아져 들어오고 컵을 더 빨리 채울 수 있습니다.

셔터 속도

두 번째로 빛의 양을 조절하는 요소는 셔터스피드입니다. Dslr 카메라에서 셔터를 누르면 거울이 올라가면서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가, 잠시 후 다시 닫습니다.

니콘 Dslr 카메라 셔터 슬로모션
△ 니콘 Dslr 카메라 셔터 슬로모션 (출처: 유튜브)

이렇게 수문을 열었다 재빨리 다시 닫는 속도를 생각해봅시다. 수도꼭지를 완전히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가, 닫는 상황이라고 해보지요. 셔터스피드가 느리면 ‘차~~아~~알~~칵’ 하면서 빛이 많이 들어오고요, 셔터스피드가 빠르면 ‘찰칵!’ 하면서 빛이 조금밖에 들어오지 못하지요. 카메라는 셔터 속도를 조절해서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감도

세 번째는 센서의 감도입니다. 필름카메라로 치면 필름의 감도가 되겠습니다. 필름을 본 적 없는 사람도 있으시겠지만 …. 필름 사서 겉에 보면 100, 200, 400 … 숫자가 있습니다.

다양한 감도의 필름들
△ 다양한 감도의 필름들

숫자는 감도를 표시한 것으로, 쉽게 말해 필름이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표시입니다. 즉, 민감한 필름일수록 적은 양의 빛으로도 밝은 사진을 얻지요. 피부가 민감하면 살짝 꼬집어도 아프죠. 술에 민감하면 조금 마셔도 취하지요? 빛이 부족할 때, 필름을 100 에서 200 감도로 변경하면 적은 빛으로도 적정 노출의 사진을 쉽게 얻을 수 있답니다.

같은 감도(ISO)라면 필요한 빛의 양은 같다
△ 같은 감도(ISO)라면 필요한 빛의 양은 같다

위와 같이 감도 ISO 100으로 동일한 상황이라면 필요한 빛의 양 = 술잔의 크기는 동일합니다.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필름 대신 센서의 감도를 카메라 메뉴에서 바꿀 수 있어요. 필름을 교체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 감도를 ISO라고 합니다. 원래 나라마다 부르는 이름이 달랐는데, 통일해서 ISO라고 부르기로 했답니다.

그럼 보통 사람보다 두 배 술에 민감한 사람은 보통 사람에 비해 주량이 얼마일까요? 1/2입니다. 사진이 너무 밝지 않게 딱 좋은 밝기로 찍기 위해 필요한 술잔의 크기가 1/2로 줄어들어야 하겠습니다.

오늘날 스마트폰에서는 카메라의 기계적 구조가 좀 다르겠지만 조리개, 셔터 속도, 센서의 감도 이렇게 세 개 인자를 서로 맞대어 조절하면서 노출값을 찾는다는 접근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조리개 값의 이해

먼저 조리개는 f 값으로 표시합니다. 이 f 값은 숫자가 클수록 구멍이 작아집니다. 처음 카메라 잡으시는 분들은 자꾸 반대로 생각하는데, 까먹지 마세요. 숫자가 클수록 구멍은 작아지고, 빛은 더 적게 들어옵니다. 잊지 마세요.

조리개의 값 변화에 따른 사진 밝기 변화
△ 조리개의 값 변화에 따른 밝기 변화 (출처: APERTURE)

왜 이렇게 헷갈리게 만들어 놓은 걸까요? 그래도 일단 외우세요.

숫자가 커질수록 구멍을 더 작게 조인다.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구멍을 꽉 조이려면 힘을 줘야 하지요? 힘을 세게 줄수록 파워업! 숫자가 올라가고, 조리개 구멍을 꽉 움켜쥐게 되고 구멍이 작아집니다. 힘을 풀면 구멍이 다시 커집니다. 파워가 다운~ 다운~. 빛이 더 많이 들어옵니다.

렌즈 조리개 장치
△ 렌즈 조리개 장치를 통해 빛의 양을 조절

그리고 하나 더. 위의 그림에서 숫자 간격을 보면 왜 복잡하게 갑자기 소수점이 툭툭 튀어나오고 그럴까요? 사실 이 간격은 정확히 빛의 양이 두 배씩 줄어드는 단계입니다.

f/1.4 – f/2 – f/2.8 – f/4 – f/5.6 – f/8 – f/11 – f/16

즉, 조리개를 1.4 에서 2로 조이면, 구멍이 얼마나 작아지느냐면 f/1.4보다 빛이 딱 절반만큼 들어오도록 작아집니다. 이 간격을 스톱(stop)이라고 하죠. 한 스톱씩 왼쪽으로 갔다가 오른쪽으로 갔다가 하면 빛의 양은 이전 단계보다 두 배씩 늘어나거나 절반으로 줄어들거나 합니다.

그럼 조리개를 2에서 2.8로 조이면? 구멍이 더 작아지겠죠? 얼마나 작아지느냐고요? 빛이 f/2보다 절반만 들어오도록 작아집니다.

조리개를 2로 찍은 사진과 조리개를 2.8로 놓고 찍은 사진의 밝기 차이는 어떻게 될까요? 조리개를 2로 찍은 사진이 조리개를 4로 찍은 사진보다 4배 밝습니다. 2랑 4는 두 배 차이인데, 왜 빛의 양은 4배 차이가 날까요? 왜 자꾸 헷갈리게 누가 숫자를 이따위로 해놓은 겁니까?! 저 같으면 1 – 2 – 4 – 8 이렇게 해놓고 빛이 두 배씩 달라진다고 했을 텐데 말이죠. 좀 쉽게 가면 좋잖아요!

참고로 조리개의 값 숫자가 이렇게 어렵게 매겨진 건 아래의 수식 때문입니다.

조리개 값(F) 공식

우리는 렌즈의 초점거리가 길수록 멀리 있는 걸 당겨서 좁은 화각으로 본다고 배웠지요. (참고 링크: 사진 노트 2-2. 렌즈의 초점거리)

그렇다면 초점거리가 길기만 하면 무한정 멀리 있는 걸 볼 수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초점거리가 늘어날수록 센서에 맺힌 이미지가 어두워지므로 렌즈를 엄청나게 큰 걸 써줘야 볼만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지요.

거대 천체망원경
△ 거대 천체망원경 (출처: Cosmos Magazine)

멀리 있는 우주를 잘 보려면 센서도 중요하지만, 망원경 지름도 중요합니다. 세계에서 제일 큰 건 지름이 10m에 이르고, 지름 25m 망원경도 개발 중이라지요.

그렇다면 렌즈의 지름이 2배, 4배로 늘어나면 f 값은 어떻게 될까요? f 값은 지름에 반비례하니까, 각각 1/2배, 1/4배로 변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빛이 들어오는 양은 원의 지름이 아니라 구멍의 면적에 따라 다른 거잖아요? 간단한 수학 이야기를 해보죠.

f 값과 빛의 관계

  1. 원의 면적 = π(파이) x 반지름 x 반지름
  2. 원의 둘레 = π(파이) x 지름 = π(파이) x 반지름 x 2

f 값은 원의 둘레와 관계가 있습니다. 둘레는 면적이랑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1.의 수식을 살펴보죠. 1.의 수식을 변형해보면 다음처럼 되겠죠?

반지름의 제곱 = 원의 면적 / π(파이)

즉, 반지름이 2배 증가하면 원의 면적은 4배 증가한다는 거죠. 반지름이 루트 2만큼 증가하면, 원의 면적은 2배 증가합니다.

2.의 수식을 살펴보겠습니다. 2.의 수식에서 원의 둘레는 반지름에 비례하지요. 즉, 반지름이 2배 증가하면 그대로 원의 둘레는 2배 증가합니다. 따라서,

  • 원의 둘레가 2배 증가했다
  • = 원의 지름이 두 배 커졌다
  • = 반지름이 각각 2배 커졌다
  • = 이렇게 반지름이 2배 또는 지름이 두 배 커지면 면적은 4배 늘어났다는 뜻이고,
  • = 면적이 4배 늘어나면 빛이 4배 더 많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f 값은 반지름에 반비례하니까, 결국 f 값이 2배 커지면 빛은 1/4로 작아지는 겁니다.

수학적으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하시는 분들은 한강좋아™ 님의 강좌를 참고하세요.

조리개와 셔터스피드의 관계

조리개와 셔터스피드의 관계는 예전부터 많은 교재와 사진가들이 즐겨 쓰는 비유를 통해 이해하면 쉽습니다. 이미 강좌가 많이 있지만, 저도 간단하게 다시 해보겠습니다.

야구장에 가면 호스를 이용해 맥주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야구장에서 맥주 파는 사람
△ 야구장에서 맥주 파는 사람 (출처: enif’s life log : Season 3)

이제부터 사진기로 들어오는 빛을 술이라고 생각하고, 호스의 구경을 렌즈의 구경이라고 생각하고, 호스 밸브를 여는 시간을 셔터 속도라고 생각해봅시다.

그럼 맥주잔에 호스로 술을 채우겠습니다.

조리개 값이 낮을수록 컵을 더 빨리 채운다
△ 조리개 값이 낮을수록 컵을 더 빨리 채운다

여기서 문제! 똑같은 컵에 맥주를 따르는데, 호스가 두 배로 커지면 어떻게 될까요?

정답은, 컵을 채우는 데 시간이 반으로 줄어듭니다.

카메라에서도 조리개를 1 스탑 열어서 빛을 두 배 많이 들어오게 하면 셔터 속도를 반으로 줄여야 똑같은 밝기의 사진이 됩니다.

  • Q2) 야구장에서 맥주를 따르는데 평소보다 따르는 시간을 두 배로 늘리면 어떻게 될까요?
  • A2) 당연히 맥주가 넘치겠죠.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나면 호스를 1/2 크기로 줄여야 잔이 넘치지 않을 겁니다.

카메라에서 셔터스피드를 2배 느리게 하면 조리개를 두 배로 조여야(1스탑 조여야) 똑같은 밝기의 사진이 됩니다. 조리개만 두 배 열어주고, 셔터를 그대로 두면 너무 많은 맥주를 마시게 되어 사진이 하얗게 될 거에요.

조리개와 셔터는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 있어요. 조리개를 조일수록 → 조리개 숫자가 커질수록 셔터는 그만큼 느리게 “찰~~~칵~~~” 해야 좁은 호스 구멍으로 적게 들어오는 빛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조리개만 조이고 셔터는 그대로 두면 사진이 어두워지지요.

조리개와 셔터스피드의 관계
△ 조리개와 셔터스피드의 관계 (출처: MC Photography Blog)

조리개와 심도

그런데 어차피 빛을 같은 양으로 조절할 거라면 = 같은 양의 술을 마실 거라면 뭐하러 조리개를 바꾸는 걸까요? 아저씨가 큰 호스로 따라주든, 얇은 주전자로 따라주든 어차피 나는 오늘 한 잔만 마실 건데요?

첫째, 조리개를 조이면 = 호스 구멍을 좁게 조으면 사진의 심도(depth of filed)가 깊어집니다. 안경 쓰는 분들은 안경을 벗고 멀리 있는 간판을 보면 잘 안 보이는데요, 이때 손을 모아서 바늘구멍처럼 모은 다음에 그 구멍으로 그 사물을 다시 보면 글자를 읽을 수 있어요.

핀홀 안경
△ 핀홀 안경

한때 시력 교정된다고 해서 많이 팔리던 핀홀 안경이란 게 있습니다. 바늘구멍으로 사물을 보면 갑자기 안 보이던 글자가 보이거든요. 물론 이 안경을 팔아먹던 사람들은 이 안경으로 눈을 훈련하면 나중에는 벗어도 시력이 좋아진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하죠.

조리개를 조이면 사진이 가까이서부터 멀리까지 사진의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조리개를 열면 특정 거리에 있는 피사체만 초점이 맞고 나머지는 초점에서 벗어납니다. 카메라가 바라보는 방향에서 초점이 맞는 앞뒤 영역이 넓으면 심도가 깊다고 하는데요, 조리개는 이렇게 조일수록 심도가 깊어집니다.

사진의 심도
△ 사진의 심도 (출처: Wikipedia – Depth of field)
조리개 개방에 따른 심도 차이
△ 조리개 개방에 따른 심도 차이 (출처: Wikipedia – Depth of field)

왼쪽 사진은 조리개를 열고 찍었습니다. 꽃이 배경과 분리되었죠. 오른쪽 사진은 조리개를 충분히 조이고 찍었습니다. 배경까지 초점이 맞기 시작하고 있죠.

브라이언 피터슨(Bryan Peterson)은 이 효과를 페인트통의 구멍에 비유합니다.

조리개를 열면 → 페인트통 구멍이 크면, 페인트를 부었을 때 갑자기 쏟아지면서(셔터가 빨라지면서) 빨리 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부위만 진하게 묻고 나머지는 보기 싫게 페인트가 튀게 되지요. 이처럼 조리개를 개방하면 사진의 특정 부분만 초점이 맞고 나머지는 날아가 버립니다.

조리개를 조으면 → 페인트통 구멍이 작으면, 페인트를 붓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셔터스피드가 느려지지만), 대신 바닥에 페인트를 균일하게 물들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조리개를 조이면 사진의 멀고 가까운 구석구석이 초점 범위에 들어오게 됩니다.

맥주를 빨리 마시고 싶으면 큰 호스로 빨리 콸콸 맥주를 받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호스를 가늘게 해서 맥주를 천천히 받으면 우리는 깊은 심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페인트나 맥주는 아주 세밀하고 우아하게 잔에 담길 수 있고, 사진 결과물도 페인트 번짐 없이 전체적으로 고르게 초점이 맞게 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기억하기 쉽지요?

물론 여기서 조심할 것은 그럼 무조건 사진 전체에 초점을 맞게 하고 싶다 = 심도를 깊게 하길 원한다고 조리개를 무작정 조이면 셔터가 느려진다는 것이죠. 커다란 도화지에 이쑤시개로 페인트를 찍어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해보세요. 너무나 오랫동안 그림을 그려야 하고 완성하기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다가 누가 지나가거나 맥주 잔을 들고있는 내 팔에 힘이 빠지면 엉망진창이 될 거에요.

대체로 미학적인 면에서 심도가 더 중요할 때가 많은 편이어서, 많은 사진가는 셔터보다는 조리개를 먼저 고려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카메라의 조리개 우선 모드(AV, Aperture Value)를 즐겨 사용하죠. 조리개를 먼저 결정하고 셔터 스피드와 ISO를 거기에 맞춥니다. 피사체가 격렬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진의 심도가 사진을 감상하는 데 결정적으로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지요.

위 사진에서 꽃이 바람에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 아니라면 두 사진의 셔터스피드가 달라져도 배경 표현에 차이가 있지, 꽃 자체의 노출과 표현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조리개 우선이 오히려 원하는 결과물을 얻는 데 부적절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의 감도

마지막으로 감도입니다. ISO를 설명하기 위한 여러 가지 비유가 있지만, 어떤 비유는 오히려 이해를 방해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정말 감도 = 민감한 정도로 한 번 생각해보지요.

ISO를 맥주에 대한 술 취하는 적정 감도라고 해볼까요?

  • ISO 100인 사람보다
  • ISO 200인 사람은 술에 2배 민감한 사람입니다.
  • ISO 400인 사람은 ISO 100인 사람보다 4배 술에 민감한 사람이죠.

그럼 ISO 100인 사람의 주량이 한 잔이라면, ISO 200인 사람의 주량은? 반 잔이겠죠? ISO 400인 사람의 주량은? 1/4 잔이겠죠.

이처럼 민감할수록 적은 양의 술로도 취할 수 있습니다. 이걸 사진 센서의 민감도로 바꿔 말하면, 센서가 민감할수록 빛이 적어도 똑같은 밝기의 사진을 만들 수 있게 되지요.

 ISO를 그릇의 크기로 비유
△ ISO를 그릇의 크기로 비유 (출처: Canon PowerShot Compact Camera)

민감할수록 술이 조금만 있어도 금방 취할 수 있으니, 바꿔 말하면 술잔 크기를 반씩 줄여도 좋다는 말입니다. 민감한 피부는 살짝만 꼬집어도 자국이 남는 것과 같습니다. 휴지는 물을 살짝만 떨어뜨려도 금방 젖잖아요.

그럼 술 먹을 때 기왕이면 민감한 사람이 더 유리한 게 아닐까요? 더 적은 돈 = 더 적은 소주값 = 더 적은 술의 양으로도 기분 좋게 취하고 싶다는 목적 = 적정 노출을 얻을 수 있지 않습니까?

카메라에서 감도 민감하게 설정하면 → 센서의 민감도를 높이면 → 더 적은 양의 빛으로도 사진을 만들 수 있게 되면, 어떤 점이 이득일까요?

 ISO에 따른 셔터스피드의 변화
△ ISO에 따른 셔터스피드의 변화 (출처: Canon PowerShot Compact Camera)

첫 번째 이득: 더 민감한 센서를 사용하면 → ISO를 높이면 → 더 적은 양의 술만 있어도 충분히 취할 수 있다면, 그림에서처럼 한 컵을 채우는 데 시간이 적게 걸리게 되므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요. 즉, 더 빠른 셔터스피드로 임무를 완수하게 됩니다. 생맥주를 주문하면서 반 잔만 주세요라고 말하면 따르는 데 시간이 1/2로 줄어드니까요.

즉 같은 밝기의 사진을 찍으면서 ISO를 올린다 → 셔터를 더 빠르게 ‘찰칵!’ 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시간을 절약한다는 게 사진에서는 더 안 흔들리게 찍을 수 있다는 뜻이 되는 거죠.

 ISO 변화에 따른 조리개 변화
△ ISO 변화에 따른 조리개 변화 (출처: Canon PowerShot Compact Camera)

두 번째 이득: ISO를 올리면 → 더 민감한 센서로 사진을 찍으면 → 빛이 조금만 있어도 괜찮으면 → 그릇이 작아지면, 똑같은 셔터스피드(술을 틀어놓는 시간)에서 수도꼭지를 조금 더 조일 수 있게 됩니다.

똑같은 밝기의 사진을 찍을 때 ISO를 높이면 조리개를 조일 수 있습니다. 똑같은 시간 동안 맥주가 나오는 기계가 있다면 잔이 작은 사람에게는 호스를 조여서 시간당 맥주가 더 조금씩 흘러 나오게 하면 됩니다. 이렇게 조리개를 조이면 결과 사진에서는 이미 말씀드린 대로 피사계 심도를 높여서 전경에서 배경까지 더욱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낮에 사진을 찍으면서 어떻게든 배경이 뽀얗게 날아가는 사진을 찍고 싶어서 조리개를 개방하고자 할 때에는 동일한 셔터스피드에서 ISO를 낮추면 조리개를 좀 더 열 수 있습니다. 조리개를 열면 술을 한꺼번에 붓는 것처럼 특정 부분만 초점이 맞고 나머지는 날아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ISO를 올리면 손해 보는 게 하나 있는데 그건 사진의 노이즈가 증가한다는 겁니다. 감도가 올라갈수록 사진의 입자가 거칠어집니다. 술에 민감할수록 피부가 안 좋다는 걸 기억하세요.

그래서 노이즈와 셔터스피드는 상보적인 관계입니다. 노이즈를 줄이고 싶으면 ISO를 낮춰야 하는데, 그러면 셔터스피드가 느려져서 흔들린 사진을 찍기 쉬워지죠.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사진의 내용에 충실한 게 좋다는 기본 원칙하에, 노이즈에 너무 신경을 쓰느라 찍어야 할 것을 너무 흔들리게 담지 않도록 하세요. 게다가 요즘엔 노이즈를 보정하는 카메라 안의 보정기능과 후보정 프로그램이 노이즈를 다루는 수준도 탁월하므로 찍을 때에는 지나치게 노이즈에 민감해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쉽게 설명한다고 했는데,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정리하면,

  1. 조리개를 힘줘서 조일수록 f 숫자가 올라간다.
  2. 조리개를 조일수록 가까이에서부터 멀리까지 초점이 맞는다.
  3. 조리개를 조일수록 술을 찔끔찔끔 따라야 해서 오래 걸린다 = 셔터스피드가 느려진다.
  4. 감도를 올리면 술에 민감한 사람처럼 술을 적게 마셔도 취하기 때문에, 적은 양의 술 = 빛이 필요해진다.
  5. 감도를 올리면 조리개가 일정할 때 셔터를 더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
  6. 감도를 올리면 셔터가 일정할 때 조리개를 더 조일 수 있다.

이렇게 조리개 ↔ 셔터 ↔ 감도의 상관관계와 각자 사진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잘 이해하면 카메라로 노출을 설정하는 기본을 배운 것입니다.

조리개, 셔터 속도, 감도 조정 – 시뮬레이터로 연습하기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서 연습해 보겠습니다. 캐논 사이트에서 SLR 카메라 조리개, 감도, 셔터 속도를 바꿔가며 사진 노출과 심도에 어떤 영향이 생기는지 연습해 볼 수 있습니다.

조리개를 바꾸면서 심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셔터 속도를 바꿔서 프로펠러가 어떻게 찍히는지, ISO 값을 변경하면서 노이즈를 살펴보세요.

또한 셔터를 두 배 빠르게 한 뒤, 조리개를 어떻게 바꿔야 동일한 밝기로 사진을 다시 찍을 수 있는지 고민해보세요.

△ 캐논 노출 시뮬레이터

참고로 이 시뮬레이터에서 사용한 카메라는 1/4000초가 한계입니다.

이번에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꾸벅!

(2012년 6월 처음 작성했고, 2014년 5월 슬로우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2014년 12월 블로그에 다시 올림, 2020년 8월 고쳐씀)

사진 전문가의 강의가 아닙니다. 사진을 찍으며 드는 생각을 하나씩 정리한 노트입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의 사진 노트를 엿본다고 생각해주세요. – 서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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