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미피케이션, 수업이 게임이 되다 – (1) 개념과 쟁점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은 공부 안 하는 초등학생한테나나 통할 얘기라고 생각했었죠. 근데 최근에 호기심에 모바일 게임을 하나 내려받았다가 중독된 건지 계속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복잡하게 얽혀있는 게임의 설계가 게임을 계속 하게 하고, 재미 그 자체가 집중을 만들어냅니다. 수업이나 학교 운영을 게임처럼 하는 게이미피케이션, 좀 더 파면 쓸만한 게 나오지 않으려나?

우선 개념을 이해하고 논의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위키피디아를 읽고 정리/요약해보았습니다. 위키 본 거니까 가볍게 읽어주시길.

1. 게이미피케이션이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은 게임으로 학습하는 것(Game-based Learning)과 조금 다르다 합니다. 하도 집중을 안 하니까 게임 좋아하는 애들에게 게임 가져와서 수업하고 공부도 시키면 그건 게임을 이용한, 게임에 기반한 학습을 생각한 셈입니다. 그러나 퀴즈 게임 안에 들어있는 요소, 퀴즈 풀면서 레벨을 높여가는 ‘게임 설계의 요소(game-design elements)’를 교실에 응용해서 수업시간마다 포인트를 부여하고 10점 으는 애한테 색깔 배지를 준다면? 그럼 실제 게임을 교사가 들고 온 건 아니지만 원래게임에 있던 설계요소를 도입한 ‘게임화(게이미피케이션)’이 되는 것이죠. 게미피케이션 안에 실제 게임 그 자체가 포함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원래 컴퓨터 게임이 아닌 것이었는데, 컴퓨터 게임에서 자주 사용하는 테크닉을 끌어다가 적용하는 거에요.

일단 비판적인 사람은 “수업이 장난이야?” 생각이 들 수 있어요. 게임이 원래 아닌데 게임처럼 하려고 억지로 비틀면 학습 내용에서 겉만 핥게 된다는 거죠. 반대로 긍정적인 평가는 운동, 어휘 학습 등의 단순 반복이 중요한 환경에서 더 동기부여가 잘 된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1) 플레이하는 개인이 2) 더욱 즐겁게 3) 계속 한다는 데 주목합니다. 공부, 운동, 구매하는 개인이 — 자발적으로 — 지속적으로 그것을 하기를 선생님과 코치와 제품 판매자가 원하는 상황에서 게임화는 좋은 전략이 됩니다. 

습관 만들고 재밌게 반복하게 도와주는 일 이외에 음악 수업은 그 내용과 게임처럼 가르치는 방법이 궁합이 좋다는 말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게이미피케이션은 꼭 게임 그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특성을 다른 분야에 응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억지스러운 적용이라는 관점도 있지만, 일단 흥미를 지속적으로 유발하고자 하는 영역에 적용해서 효과를 거둔 사례들이 있다. 때로는 내용 이해에까지 긍정적이더라.

2. 게이미피케이션 테크닉

게이미피케이션은 어떤 종류의 기술인가? 만약 이게 교실에서 사용하는 교수법이라면 어떤 종류의 교수법인 것인가? 일단 게이미피케이션은 가르침 그 자체는 아니고, 가르치는 프레임-틀로서 차용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럼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아이디어(게임 요소)는 뭘까요?

첫째, 임무 완수 – 보상 체계입니다. 많은 게임들에 포인트, 점수, 레벨, 배지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게임 안에서 어떤 임무를 완수하면 주는 거죠. 또 많은 게임에서 랭킹을 표시합니다. 수업하는 교실에서도 본인의 실시간 랭킹을 알려준다면 학습을 고취할 수 있습니다.

둘째, 스토리 입니다. 많은 게임들이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하면 그 다음 단계의 임무가 주어지는 내러티브를 가집니다. 그리고 많은 게임들이 튜토리얼을 게임 안팎에서 제공하지요. 교실에서 똑같은 학습 과제를 내주면서 흥미로운 튜토리얼을 제공하거나, 어떤 기승전결의 스토리라인에 그것을 올려놓으려고 노력한다면 이것 역시 게이미피케이션의 기술이라 하겠습니다.

3. 게이미피케이션 적용 사례

학습 상황에 국한하여 살펴보면 보통 1) 내신 점수에 따라 랭킹보드를 만들어 교실에 게시하기 = 게임의 순위표에 해당함, 2) 인센티브(레벨업) 개념을 도입하여 특정 임무를 완수하면 학생에게 인센티브를 주기 = 장학금이나 우등상 명단(Honor Roll)에 올려주는 것 = 게임에서 레벨업에 해당합니다. 그 외에 스토리를 부여하기 등등…

3.1. 사용법 익히기 – 리본 히어로2 (Ribbon Hero2)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피스 프로그램의 새로운 메뉴 구성(리본 메뉴)을 발표했는데 사람들이 빨리 익숙해지라고 게임을 함께 담아 배포했었습니다.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고 하네요. 핵심은 그냥 엑셀 메뉴 설명하면 재미가 없으니, “주인공 클리피가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는데 .. 각 시대마다 임무가 주어지고 그걸 해결해야만 다음 시대로 갈 수 있어.”와 같은 플롯(Plot)을 설정하고 그 안에 다양한 오피스 프로그램 활용을 학습할 수 있는 과제를 준 것입니다. “어서 다음 이집트 시대로 가야지”라는 동기와 보상 체계를 가져온 것이죠. 스토리 + 보상입니다. 

3.2. 게임기반 학습 공동체 – 학교 설립 Quest to Learn (Q2L)

게이미피케이션을 이념으로 삼아 아예 학교를 설립해버리면 어떨까요? ‘퀘스트 투 런(Quest to Learn)’은 뉴욕시 교육국이 빌게이트 재단 등과 손잡고 만든 공립 초등학교입니다. 목표는 “공부를 게임처럼. 미션을 달성하면서’ 해보자는 건데요. 게임하면서 자란 요즘 아이들에게 더 적절한 접근이 게이미피케이션이라 본 것이죠.

이 학교는 2009년 정도에 시작했고, 커리큘럼 구성 단계에서 교사와 게임 디자이너, 커리큘럼 설계 전문가가 함께 합니다. 이 때 학생들이 배울 내용을 게임에서 그렇듯 ‘미션 달성’ 과제로 구성하게 되고, 이 미션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협동작업, 롤플레이, 시뮬레이션과 같은 전략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간단하게 보드 게임이 펼쳐지고 그것을 기반으로 토론하고 대화가 오가게 하고 학습을 유도하는 것이죠.

학습 내용은 현실의 문제(hands-on problem)에 대한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고, 이런 미션 달성 – 문제 해결 과정이 21세기에 가장 필요한 자질이라는 사고가 밑바탕에 있는 듯 하네요. 디지털 리터러시, 시스템 사고 등을 언급합니다.

3.3. 기업의 에너지 절약 교육

Vampire Hunter storyboard - Courtesy of Mario Herger


SAP라는 소프트웨어 회사 가 있는데,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요. 기업이 에너지를 절약해야 하는데, 그냥 부서마다 전등 좀 끄고 다니세요~ 하면 안 들으니까 … 직원 개인의 지속가능성 측정을 게임화 하였습니다.

이른바 ‘뱀파이어 헌터 게임’인데, 낭비되는 에너지는 뱀파이어가 빨아먹는 에너지로 설명하면서 얼마나 부서마다 뱀파이어 에너지로 빨려나가는 낭비를 막았는지를 게임화합니다. 가령, 오래된 전구를 발견 – 사진찍어서 뱀파이어를 잡았다고 신고 – 회사 지도에 해당 전구의 위치를 표시 – 미션 달성합니다. 부서마다 팀을 이루어 협동하면서 집단으로 뱀파이러를 사냥할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체 조직은 에너지 절약, 비용 감소, 세금 감면 혜택을 얻고, 직원들도 앱을 사용하면서 서로 다른 부서에 친구가 생기거나 협력하는 경험을 보너스로 얻게 되죠.

3.4. 칸아카데미

칸 아카데미(Khan Academy) 의 핵심도 사실 게이미피케이션입니다. 허프포스트에 실린 칸 아카데미 Shantanu Sinha의 인터뷰 에는 이에 관한 철학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수업마다 단계가 있고 임무를 달성하면 잘했다고 배지를 줍니다. 보상 시스템입니다. 잘 하면 보상을 준다 — 이것은 게임이 잘 하는 것이고 게임이 이것을 어떻게 하는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게임은 학습자 레벨이 낮다고 협박하거나 비난하지 않습니다. 둘째, 평가와 보상을 즉시 줍니다. 학기말 시험까지 기다리지 않아요. 벼락 공부로 하루에 10 레벨을 올릴 수 없습니다. 셋째, 학습자의 현재 위치에 적합한 달성 가능한 과제를 제시하고 계속적인 성장을 유도합니다. 즉 A+ 라든가 만렙은 없어요. 계속 그 다음다음의 도전을 줍니다.

보상 결과에만 몰입하는 학습자가 생기면 공부보다는 배지만 얻으려고 하지 않을까? 알고리듬 조정으로 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고민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요즘 게임이 하는 것입니다. 보상을 획득하는 과정이 의도와 다르면 게임 시스템을 조정하는 거죠.

또한 학습자 주변에 있는 실제 사람들 – 친구와 교사들의 역할에 따라 보상 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지적하고 있습니다. 설계로써 부작용을 벗겨내려고 는 시도가 흥미롭습니다. 

3.5. 동물 보호 – Gbanga Zooh

Gbanga Zooh 게임에서는 플레이어들이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고 그들을 동물원으로 데려올 수 있도록 서가상의 서식지를 유지하고 보호하는 임무를 주었습니다. 가상의 아이템을 수집하거나 관련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데, 실제 이런 내용을 책이나 강의를 통해 전달하는 것과 다른 경험을 주었겠죠.

4. 게이미피케이션의 역사

본격적으로 이 용어가 언급된 건 2008~2010년이고, 그 이후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립니다. 2008년에 나이키는 이미 아이팟 앱에서 운동하면 사용자들에게 ‘리워드reward’를 주고 그걸 모아서 목표 배지를 가지게 하는 설계를 하고 있었죠. 2009년 포스퀘어는 위치기반 플랫폼이었지만 이용자들에게는 장소에 가서 배지를 얻는 일이 게임 그 자체였죠. 이런 게임 앱이 아닌 서비스의 배지/리워드 개념이 점점 더 여러 영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오프라인 식당 추천 앱 Yelp!에서도 리뷰 남기면 배지를 주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워드프레스도 로그인하면 배지를 주고 … 또 여기도 저기도 … 보상 시스템을 만들어요.

교육 쪽에서는 2009년 7월에 오바마 정부가 ‘Race to the Top’ 프로그램 시행안을 발표한 사례 자체가 또 하나의 게이미피케이션 적용입니다. 정부가 정책을 게임화한 것입니다.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된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교사 효능, 단위 학교/수업의 질 향상과 관련해 객관적 데이터 중심으로 점수제 평가해서 학업이 뒤쳐지는 학교/지역의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거였어요. 총 40억 달러의 예산을 두고 미션을 달성(정부의 혁신 요구 조건 충족)하면, 랭킹에 따라 점수로 따져서 보상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합니다. 테네시, 델라웨어가 첫 라운드에서 1등했고 5억 달러(우리돈 5천억원)를 받아갔지요. 일반적인 정책 이니셔티브 – 지루한 평가사정과 예산 배당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한 게임 관점의 접근이었지 싶습니다.

루딕 인터페이스(Ludic Interfaces) 처럼 거의 게이미피케이션과 유사한 개념을 사람들이 얘기하면서 건축이나 예술에 재미를 결합하려고 했고, 미국 기업계에서도 “Fun at Work”이 유행하면서 직장에서 재밌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곧 직원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분위기가 2010년에 매우 뜨거워졌습니다.

2010년 말에 이 단어는 폭발적으로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Badgeville 이라는 회사가 게이미피케이션을 전문으로 한 사업 모델을 말하며 2010년 말에 등장했고, 1500만 달러의 펀딩에 성공한 점을 보면 당시 이 개념의 인기를 알 수 있습니다. 이후 게이미피케이션으로 기업 컨설팅을 해주는 회사들이 많이 생겨난 게 2010년이었다고 하고요.

이후 2013년에 워터루 대학에서 Gamification 2013 컨퍼런스까지 열리게 됩니다. 발표 목록 을 보면, 할일관리앱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의 적용이라든가, ‘학습으로 이어지는 행동을 게임화(Gamifying Behavior That Leads to Learning)‘ 과 같은 흥미있는 주제가 많이 보이네요. (정작 내용은 지금 보면 꽤 실망스러움).

5. 법적인 문제

학생의 학습을 게임화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학습에 대한 데이터 수집을 동반합니다. 이는 개인정보와 관련한 복잡한 법적 논의를 발생시킬 수 있죠. 또한 게임화는 곧 보상 피드백을 적용하는 것과 동일시되기도 하는데, 이 때 보상이 어떤 가치를 지닌 무엇이냐는 문제도 있죠. 가령 학습에 대한 보상을 가상의 코인으로 했는데 그게 가상화폐에 준한다면? .. 등등.

우리나라는 이와 관련해서 환경이 좋지 않은 편입니다. 아주 복잡한 학교생활기록부가 작성되지만 이것을 ‘데이터베이스’로 생각하고 그 위에 개인화된 ‘애플리케이션’을 얹을 수 있는 기반을 갖춘다? … 너무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6. 게이미피케이션 비판


Sebastian Deterding 은 2010년 제작한 그의 슬라이드 발표자료 에서 게임에서 사용되는 배지, 포인트, 랭킹은 실제로 성취 동기를 주기보다는 “집중력 저하, 혼동, 가짜 성취에 대한 중독을 일으킨다”고 지적합니다. 사실 게임화 자체를 비난했다기보다는, 그저 유행으로 소비되며 생기는 부작용을 날카롭게 지적한 거죠. 그는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환상을 몇 가지로 나누어 말합니다. 아래는 그의 슬라이드를 요약한 것입니다.

6.1. 게임이면 다 재밌다는 착각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개념이 정말 아무 영역에나 갖다붙이면 되는 효과가 즉각 발생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겁니다. 게이미피케이션 개념으로 00를 했다~는 내용을 잘 보면 그냥 포스퀘어 배지 시스템 따라한 것 이상이 아닐 때가 많다는 것. 누가 00하게 하고 싶다 — 00하면 배지를 준다 — 전체 랭킹이 몇 위인지 말해준다. 끝.

이 모든 유행의 전제는 게임은 언제나 재밌어서 누구나 계속 하는데 그런 점을 배워서 다른 영역에 응용하자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런데, Sebastian Deterding은 말합니다. “게임이 늘 재밌기만 한 건 아냐(Games are not necessarily fun)”. 엄청 구리고 한심한 게임이 천지에 깔렸다. 90%는 쓰레기다. 잘 디자인된 게임이 재밌는 거지, 게임으로 만들면 다 재밌어지는 게 아냐!

6.2. 보상을 준다고 성취로 이어지지 않아

두 번째로 게임으로 하면 동기가 막 샘솟는다는 개념도 재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디에 잘 쓰지도 못할) 포인트 같은 걸 주면 상대방이 동기부여된다는 생각은, 인간의 행동을 너무나 단순한 조건반사로 생각하는 심리학적 오류라는 것. 1940년대에 스키너박스 실험하면서 나왔던 개념을 21세기에 이렇게 단순하게 사용하는 게 맞는 걸까?

가령 게임에서는 그냥 버튼을 누르면 100개의 코인을 얻는다 등등과 같이 성취 과정이 별 의미없는 행동일 때가 많죠. 생각해보면 게임처럼 인간이 만든 것들 중에 바보 같은 것도 없습니다. 본인이 버튼을 누르면 숫자 100이 올라가게 세팅해놓고 집에서 혼자 그걸 누르고 있는 거잖아요. Progresswars.com 에 접속해보세요. 멋진 액션이 없어서 그렇지 요즘 대부분의 게임 안에서 하고 있는 일을 잘 표현합니다. 미션은 00 하는 것이다버튼을 두 번 눌러라수고했다, 미션 달성. 이게 게임 보상 매커니즘의 본질 아니냐는 거죠.

국내에도 이런 논문이 몇 개 보이던데 … 애들에게 게임으로 공부하게 시켰더니 스트레스도 덜 받고 동기부여도 잘 되더라. 자기 효능감이나 자신감이 높아지더라 … 그런데 잠깐만요 이런 효능은 모두 ‘외재적 보상extrinsic rewards’이 아닙니다. 게임해서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좋은 효과라고 할 수 있겠으나, 게임을 해서 실제의 삶에서 이익이 되는 보상을 받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게임에 퍼즐이 나오면 왜 그걸 푸는가? 내 능력으로 풀릴 것도 같고 아닐 것도 같은 딱 그런 수준의 문제를 푸는 데에서 오는 쾌감이 있습니다. 게임 자체가 시작하자마자 1년 동안 죽일 수 없는 보스가 나오지 않게 세팅됩니다. 그 지점을 향해 세팅되고 그런 점에서 그 자체로 동기부여 기제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Progresswars 게임을 생각해보세요. 실제로 10시간을 했는데 나에게 남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제시된 과제를 내가 할 수 있었다 — 실제로 해버렸다에서 오는 기분좋음 + 내재적 동기(다음 화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 만족감(해냈다)이 남죠. 게임이 게임을 계속하도록 던지는 떡밥 – 실제로는 아무런 실제적이고 외부의 보상과는 상관 없는 ‘리워드rewards’를 실제의 ‘성취achievements’라고 착각합니다.

6.3. 피드백 자체가 게임 설계는 아냐

by mrwynd at Flickr

보상/리워드를 주면 사용자가 성취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게이미피케이션의 신봉자들은 피드백이 게임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2009년에 나온 Plants vs. Zombies 는 정말 재밌는 게임이었어요. 그 게임에 보면 Achievements 라는 화면이 있고 거기에 얼마나 게임 미션을 달성하고 있는지 통계를 제공합니다. 자, 이게 피드백입니다. 우아~ 나 참 잘 했네? 라는 보상이요. 슈팅 게임에서는 소리가 빵빵 나고, 현란하게 폭발 장면이 연출되는 것… 게이머는 소리, 화면, 타격감 같은 피드백을 얻고 즐거워집니다.

그러나 Plants vs. Zombies의 성공은 피드백 때문이었나요? 미션 – 미션 달성 – 보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다른 게임에도 많을텐데요? 사람들은 상장이나 배지, 리워드를 얻으려고 이 게임을 했나요? 아닙니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어떤 식물을 구입하여, 한정된 시간 안에 어떤 순서로 좀비를 퇴치할 것인가라는 전략이야말로 이 게임의 매력이었습니다. 재미는 임무가 끝나면 주는 보상/피드백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게이머가 경험하는 전략설계에 있었죠. 그러나 게이미피케이션 연구 논문들은 포인트, 퀴즈 게임, 점수 등에서 얘기를 멈추곤 합니다.

6.4. 신선한 개념이라서 좋은 건 아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했다는 많은 사례가 피드백만 다른 종류로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생님이 종이에 100점이라고 쓰는 대신에 칼라 배지와 랭킹 보드와 레벨업 기능을 제공한다 등등… 똑같은 피드백을 색연필로 주나, 배지로 주나 달라진 건 포장이 새롭다는 것 뿐이고 처음에 재밌어도 결국 흥미는 잠시 후 다시 사라집니다.

포스퀘어의 배지 모으기 열풍도 처음에는 남극의 배지를 얻으려고 팀을 꾸리는 사람들까지 등장했지만, 결국 지속적이고 장기간에 걸친 참여를 이끌어냈다고 보긴 어려워졌죠.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퀘어 전체 계정의 단 1% 정도만이 흥미를 잃지 않고 일 주일에 한 번 이상 서비스에 접속한다고 하네요.

6.5. 경쟁구도가 만병통치약이 아니야

랭킹보드는 어떨까요? 순위를 제공하면 다들 흥미진진해하고 더 열심히 한다? 일단 여성 게이머, 여성인 서비스 사용자의 경우 랭킹보드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게임에서 랭킹 시스템이 효율적이었다고 해서 특정 서비스의 사용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즉시 적용해서는 안 될 거라는 얘기죠.

6.6. 게임 설계의 적용이 의도치 않은 행동을 불러올 수 있어

가령 자동차 운전에 게임 개념을 도입하여 연료를 아낄수록 점수를 주고 점수에 따라 배지를 부여한다고 합시다. 어떤 운전자는 이 게임에 너무 몰입하여 노란불에서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습니다. 잦은 정차-재출발이 연비를 안 좋게 할까봐 걱정되니까요.

다시 말해 어떤 행동 패턴을 강화하기 위해 즉각적인 보상 시스템을 도입해버리면, 목표 지향적인 사람들 때문에 의도치 않은 행동들이 다시 튀어나올 수 있다는 거죠.

6.7. 게임 규칙에 대한 부정 행위

게임화에 대한 부작용 중 하나로 게임 자체에 대한 해킹이 있습니다. 호주의 한 경제학자는 자기 딸이 쉬~가 마려울 때 화장실을 잘 다녀오면 사탕을 하나씩 주는 보상체계를 고안했죠. 그러나 이 게이미피케이션의 규칙을 간파한 딸은 일부러 찔끔찔끔 나누어 20분마다 화장실에 가고, 하루에 엄청난 양의 사탕을 먹을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켰습니다.

게임 자체를 게임화하여 원래 의도한 효과 대신 오히려 새로운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목표를 맞힌 건 맞는데 의도한 바는 달성되지 못합니다.

6.8. 암묵적인 규칙을 무시하게 되는 것

게이미피케이션은 보통 뚜렷하게 눈에 보이는, 명시적인 목표나 미션을 설정하게 됩니다. 친절한 마음을 가지면 1점을 드립니다~ 와 같이 심리적 상태는 게임화하기 어려우니까요. Akoha라는 앱은 하루에 친절한 행동 하나씩을 주고 이를 달성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미션으로 친구에게 커피를 대접하기가 등장했는데, 친구에게 이를 설명한다면 친구의 기분은 어떨까요? 모든 것이 이런 배지 얻기 게임으로 인식된다면 진정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상황과 맥락이 우리 주변에 아주 많이 있습니다. 즉시 게임화할 수 없는 미묘하고 암묵적인 요소를 쉽게 단순화하기 전에 조심해야 합니다.

6.9. 중요한 건 “놀이”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하려는 유행 속에서 크게 놓치고 있는 것은 ‘놀이’입니다. 특히 어떤 규칙과 보상도 없이 그저 재미있어서 자유롭게 노는 그 놀이 말이죠. 어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놀이가 있다면 그것은 이미 게임이 아닙니다. 게임의 본질은 자유롭게 하는가에 있습니다.

똑같은 가로세로 표인데 엑셀 화면에서 보면 보기 싫고, 게임에서 아이템을 설명할 때 화면에 나오는 표는 흥미롭지요.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환경이 핵심입니다.

동물들은 뒹굴면서 마치 싸우는 것처럼 놀이합니다. 절대로 서로를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마치 그런 상황인 것처럼 놀이합니다.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상황에 대한 실험, 새로운 규칙과 조건을 내가 다시 부여해보는 것, 안전하게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행동을 해볼 수 있는 자유가 게임을 재미있게 합니다.

게임이 아닌 것을 게임화한다는 것은 보상 미끼로 반복되는 행동을 유도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현실이 아닌 듯한 장난스럽고 예술적인 관점을 소개하는 것이죠. 편을 갈라 싸우는 데모대와 경찰 사이에 등장한 광대가 템버린을 치며 노래하는 사람은 습관화된 규칙을 다시 가지고 놀고 있다는 점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의 전형일 수 있습니다. 보상도 없는데 재미있는 상황을 통해 지루한 대치를 다른 방식으로 다시 생각해보고 있으니까요.

친구에게 커피를 대접하면 스마트폰에 배지를 준다, 인생의 목표를 세우면 스마트폰 앱에 있는 당신의 나무에 잎이 돋아난다 등등과 같은 보상 배지는 전혀 방향을 잘못 잡고 있어요. 그 배지로 도대체 뭘 하려고 그러시나요?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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