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앱 종류가 참 많습니다. Day One 예쁜 건 알겠는데 일 년에 4만 원은 좀 과한 거 같고 … 이런 본격 일기 전용 앱의 문제가 각잡고 쓰는 습관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구글 캘린더에 일기 쓰는 것도 나쁘진 않으나, 검색하고 다시 읽는 게 편하진 않습니다.

현재 적응 완료한 일기 쓰는 방법으로 Drafts 앱이랑 Bear 앱을 함께 사용하는 걸 추천합니다. 길 걸으며 한 문장씩 생각나는 감정 바로바로 적어서, 액션을 통해 Bear로 보내면 차곡차곡 한 달 일기 노트를 모아서 완성할 수 있습니다. 시간과 장소 정보까지 자동으로 덧붙이세요.

Bear & Drafts, 일기 앱 자격 충분해

Bear & Drafts app
△ Bear & Drafts app

Bear는 이미 널리 알려진 아이폰/아이패드 노트 앱입니다. 미려한 디자인과 강력한 태그 기능, 빠릿하고 정확한 한글 검색 기능을 품었습니다. 맥북이나 아이패드와 자동 동기화 기능을 사용하려면 한 달에 2천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지만, 저는 폰에서만 사용하고 있어서 무료로 쓰고 있어요. 일부러 Bear 앱을 삭제하지만 않는다면 아이클라우드에 자료가 아이폰 백업할 때 같이 백업되니까 동기화가 문제지 무료 사용자가 자료 백업이 안 되는 건 아닙니다. 별도로 백업 파일을 “파일” 앱 통해서 클라우드에 내보내기 하면 2중으로 안전하게 자료 유실을 방지할 수 있고요.

Drafts 5 는 한 번도 제 아이폰의 고정 독에서 이탈한 적이 없는 앱입니다. 현재 구독제로 전환하여 월 2천원을 받고 있으나 전혀 아깝지 않아요. 그 어떤 앱보다 빠르게 바로 메모할 수 있고, 오만 가지 서비스나 앱과 연동할 수 있죠. Ali Abdaal의 경우처럼 Bear를 버리고 이것만 쓸 생각이 들 정도지요. 저는 잡다하고 잠깐 쓰고 버릴 메모를 포함해서 일단 무조건 Drafts에 끄적이고, 그게 내용이 길어지거나, 오래오래 보관이 필요하거나, 특정 태그나 주제로 수집하는 자료 범주에 해당하거나, 또는 내 감정과 생각을 잡아두는 일기 카테고리라고 생각하는 경우에 Drafts에서 Bear로 복사본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Drafts 액션 만들기

일기를 바로 Bear 앱에 쓰지 않는 이유는 한 문장 생각을 바로 쓰고 빠져나가기에는 커서가 즉시 깜박이는 화면을 제공하는 Drafts가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있었던 일을 회상하면서 밤에 제목과 사진과 일기 쓰는 시간을 따로 마련해서 쓰는 일기가 아니라, 조각조각 모아서 완성하는 글쓰기를 의도했습니다.

밥 먹다가 그냥 “여기 진짜 음식 최악이다”라고 쓰고 전송 버튼 누르기 = 일기 쓰기 끝입니다. 아래는 예시입니다.

  1. 강남에서 밥 먹다가 앞에 앉은 사람 화장실 간 1분 사이에 갑자기 쓰고 싶은 말이 떠오른다.
  2. Drafts 앱을 열고 화면에 커서가 깜박이면 즉시 빈 화면에 한 줄 글을 쓴다. “내가 지금 여기서 이걸 왜 먹고 있을까? 괜히 왔다”
  3. 미리 세팅한 +BearJournal 액션 버튼을 누른다
  4. Bear 앱이 자동으로 열리고, Journal-2019-12 (현재 year-month) 노트를 생성하거나 기존에 이미 있으면 맨 아래에 내용을 붙여넣고 다시 Drafts 앱으로 되돌아온다.
  5. Bear 앱을 다시 실행해보면 나는 내 기분만 적었지만, 날짜 + 시간 + 구글맵을 열어주는 장소 URL이 함께 삽입된 것을 볼 수 있다.
  6. 위치 정보는 Drafts에서 쓰기를 시작한 시점의 스마트폰 위도/경도 값에 대응하는 구글맵 페이지로 바로갈 수 있는 URL이다. 글을 쓸 때 언제/어디서 정보를 생각하지 않고 내용만 한 줄씩 써서 보내놓으면 나중에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함께 있으므로 다시 그 때의 기억을 되살리기 편리하다.

위 액션을 “Append to Bear Journal +“라는 이름으로 공유했습니다. 앱 제조사가 만든 Append to Bear Journal 액션을 수정한 버전입니다.


각 항목은 h3에 해당하는 ### 태그를 앞세워 작성되며, Bear 로 전송한 뒤에는 Drafts의 메모는 trash로 이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Bear + Drafts, 일기 앱 목적으로 사용하는 장점?

본격 일기 앱을 마련해 쓰는 것보다 저항이 덜합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창 밖에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데 갑자기 작년에 엄마가 .. ” 등과 같이 딱 한 줄 뭔가 쓰고 싶을 때, 친구가 딱 한 마디 좋은 말을 해줬는데 그 한 줄을 버리기 아깝지만 그렇다고 그 한 줄 때문에 오늘의 일기를 열어보는 게 부담스러울 때 ….. 그냥 Drafts에 한 줄, 두 줄씩 써서 보내면 차곡차곡 Bear에 쌓이는 겁니다. 버스에서 지금 창 밖에 보이는 게 정확히 어디인지 몰라도 일단 보내면 나중에 지도에서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사진 넣기 힘들지 않냐고요? 원하면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을 Bear 문서를 열어 중간에 첨부하면 됩니다. 저는 사진 삽입은 자제하는 편인데~ 어차피 구글포토에서 해당 날짜로 점프하면 잔뜩 사진을 볼 수 있거든요. 그리고 Bear 노트 자료가 뚱뚱해지는 걸 원치 않아서요. 어차피 Bear와 구글포토의 검색 능력이 훌륭하므로 추억을 꺼내고 서로 연결하면 기억이 복원됩니다.

이미 작성된 Bear의 노트는 언제든지 직접 수정할 수 있으며 나중에 해당 노트에 태그 추가, 변경하거나 항목을 삭제하거나 정렬 순서를 바꾸거나 마음대로 만질 수 있고 ..

Bear 앱 한글 검색 결과
△ Bear의 검색 기능

특히 Bear의 검색은 정말로 빠르고 강력해요. “모리”만 입력해도 “메모리” “토니 모리슨”이 즉시 화면에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Journal 노트에 태그 #일기 등을 같이 달아놓으면 한 태그 안에서 특정 검색어로 검색하는 경우 더 빠르게 예전 기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Bear에서 하나의 글은 여러 개의 태그를 품을 수 있으므로, #맛집 #쇼핑 등등 자신이 분류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언제나 추가하면 됩니다. #쇼핑 태그 아래에는 그냥 쇼핑 정보나 메모가 나올 수 있지만, 무엇무엇을 사서 참 좋았던 과거의 일기도 중첩될 수 있는 거죠.

일기 기록을 따로 보관하는 경우 포기해야 하는 다른 정보와의 연결성이 유지됩니다. 에버노트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Bear는 유료 사용자에게 작성한 문서를 PDF, DOCX, JPEG 파일로 뽑아내주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일단 마크다운 문서가 완성되면 꼭 Bear 자체 기능을 통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원하는 경우에 내 일기를 모아서 PDF나 워드 파일로 가공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자료의 작성 형식이 보편적인가 아닌가~ 는 작성하는 자료가 사적이고 소중할 수록 무척 중요한데, 여러분이 공들여 기록하던 싸이월드 일기장이 있는데 싸이월드가 망하게 되었을 때 그 일기를 워드 파일이나 PDF 문서로 쉽게 내려받을 수 있었고 다른 서비스로 이사가서 새로운 둥지를 만드는 게 쉬웠나요? 디자인과 멋진 기능보다는 심플한 형식과 지속가능한 포맷으로 일기를 작성하는 걸 추천합니다.

아이폰 단축어 버전

Drafts5 가 유료 구독 앱이라 망설여지는 분들은 아이폰 자체 단축어를 사용해보세요. 댓글로 이코님이 제작/개선해주신 버전을 공유합니다.


위도/경도가 포함된 URL 링크가 필요 없다면 아래 버전을 받으세요.

나오며

예쁜 앱이 참 많고, 기능도 훌륭합니다. Journalist 같은 앱은 윈도우 스토어에서 바로 설치 가능하고, 자체 드로잉 툴도 제공해서 그림 일기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년부터 아이폰과 맥북만 사용하기로 하면 이 자료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까요?

일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속적인 기록과 검색 가능한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기본 메모장을 사용하는 게 아쉽다면, 새롭고 비싼 앱보다는 기존 텍스트 자료를 편리하게 다룰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오히려 투자해보세요.

일기 앱, 이제 Drafts와 Bear를 조합해서 써보세요.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돌이키면서 쓰는 일기가 아니라, 바로바로 현장에서 생중계하는 글쓰기를 시작해보세요. 저녁에 생각하는 아침은 다른 모습이고, 다른 기분이고, 다른 추억입니다. 먹으면서 걸으면서 쓰고, 모아 봅시다!

(2019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