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구적🍋002 – 인스타 공동계정을 운영하는 학생들

북미에서는 코로나 상황에서 학교로 복귀한 학생들 사이에 인스타 공동계정으로 ‘학교 계정’을 운영하는 게 유행이라고 합니다. 뉴욕타임스 기사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쉬었다가 학교로 돌아온 고등학생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학교 계정’이 퍼진다는데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습니다.

  1. 잠자는 모습이나 먹는 모습처럼 완전히 인터넷에 공개하기는 꺼려지는 ‘내부인’을 위한 사진을 시리즈로 업로드.
  2. 학교 내부인들만 팔로우 받아주고 자기들끼리 웃자고 공유
  3. 재학생 본인이 항의하면 운영자가 지워주기도 한다

눈만 감고 잠깐 쉬었는데, “수업 시간에 자고 있는 000” 이렇게 인스타에 올라오고, 다들 악의없는 장난 정도로 여기는 경우도 더 많다고 하고, 댓글에도 보면 꽤 유행인 것 같습니다. 기사 중간에 운영자 학생 얘기가 인상적입니다(2022. 1. 13.)

“자기방 컴퓨터에서는, 애들이 자는 거도 안 보이고 주차 거지같이 한 것도 못 보잖아요. 다 집에 있으니깐. 그냥 원래 그런 건데 까먹은 게 많아요. 이제 보이는 거죠.”
“On your computer in your bedroom, you can’t see people napping and you don’t see how badly people park their cars because no one left their house,” Ash said. “There are so many things that you forget about that are just normal things that we’re now able to notice.”

실제 요즘 애들 인스타그램 공동 계정을 꽤 사용하더군요. 학급용 계정 하나 파서 아이디-비번 공유하고 친구들 사진 백업 대용으로 쓴다거나, 원래 있던 개인 계정들의 신원 확인? 후, 해당 계정을 팔로우하도록 허락합니다. 옆반 친구들이 우리반 사진을 보고 싶어하면, 반 애들 동의를 얻어 열어주는 식으로 공개 범위를 조절합니다. 이후엔 거의 실시간으로 각 교실에 있는 풍경이 계속 스트림에 올라오게 되는데, 애들은 위, 아래, 옆 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인스타로 순식간에 파악하지요. 자습 시켰는데 옆 반 자습 장면을 라이브로 보는 애를 봤다니까요. 저는 담임반 인스타 초대해달라고 졸랐는데 누가 받아줘서 들어갔더니 바로 강퇴 당한 슬픈 기억이… 있습니다..

시사하는 바는?

  1. 복잡한 인증 과정을 생략하고, 실제 얼굴 아는 사람만 팔로우 받아주는 공동 운영 인스타그램 계정은 학생들 사이에 이미 익숙한 도구로, 한정된 집단 안에서 완전히 공개하기는 꺼려지는 자료들을 공유하는 용도 (친구들 웃긴 사진)로 사용된다. 왕따용 비공개 채팅방과, 웃자고 올리는 자동폭파 스냅챗 사이 어딘가쯤 위치한 변종 SNS인 셈.
  2. 지금 근무하는 학교도 그렇고, 교육청도 그렇고, 여러 교육 기관에서 인스타그램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보다 애들은 이 도구를 더 유연하게 이용하는 듯 합니다. 공부 타이머로, 공동의 일상을 실시간 공유하는 용도로, 심지어 문서 공유까지.
  3. 그냥 자고, 먹는 것이 코로나 이전에는 쿨한 컨텐츠가 아니었다는 지적이 재밌습니다. 예쁘고, 비싸고, 치밀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관심을 주는 게 아니라, 이전과 달라야 화제가 되고 반응하는 아이들입니다. 1) 아무 것도 아닌데, 이제는 새삼 달라보이는 어떤 맥락을 2) 재밌는 네이밍과 함께 시리즈로 3) 공개 범위를 한정해서 4) 즐길 수 있거나 그런 트렌드를 만들 수 있다면 당신은 인싸.
  4. 근데 분명 폭력적 상황도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을 듯.. 하고요..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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