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구적🍋003 –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비법

love to learn

애들 시험이 끝나면 교무실에서는 항상 “애들이 정말 공부를 안 해”, “시간 낭비만 하면서 책상에 있어”와 같은 교사들의 한탄이 줄을 잇습니다. 하지만 사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약점을 극복하고 낭비를 줄이는 방법이 무엇인지 학교에서 각잡고 가르쳐주지 않지요. 내용보다는 공부하는 자세와 자기 제어에 관해서도 학교에서 케어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지 싶어요.

그래서 런던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Paul Penn의 공부 원칙을 소개합니다. Psyche에 실린 How to study effectively 을 요약하고, 주관적으로 살을 더했네요.

1. 공부했다는 뿌듯함과 공부는 다르다

‘공부 했다’는 느낌을 조심하라. 우리의 메타인지는 ‘나는 ~를 읽어서 이제 잘 알겠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거짓말일 때가 많음. 한 시간 동안 열심히 읽은 다음에 오늘 공부 많이 했다고 기분이 좋아지는 학생들이 많은데 과연 공부가 된 것일까?

2. 벼락치기 그만, 간격 두기

벼락치기(Cramming)는 실제로 효과적인 공부법이 아니다. 한 번에 몰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분량을 나눠 ‘간격 효과(the spacing effect)’를 겨냥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시험 이틀 전에 몰아서 밤을 새우는 것보다는, 월화수목금토 나눠서 2시간씩 보는 게 훨씬 좋다.

가령 월요일 국어, 화요일 수학, 수요일 영어 끝내기 이런 계획보다는 월화수에 국영수를 각각 1/3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인데, 게으르거나 또는 성격상 이걸 못 참는 애들이 있다.

3. 기억은 카메라가 아니야

활동과 성취를 혼동하지 말라.
Do not mistake activity with achievement.
— John Wooden (미국 농구 코치)

시험이라는 건 결국 기억해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은 기억하기 위해서 밑줄 그으면서 읽기나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데 이건 생각보다 도움이 안 된다. 책에 한가득 밑줄을 긋고, 수백 번을 반복해서 읽거나 쓰는 행동이 학업 성취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뭔가 많이 투자했다고 해서, 나중에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그냥 무조건 열심히 해선 안 된다.

보통 학생들은 사람 머리를 책상 서랍으로 여긴다. 시험 때 꺼낼 뭔가를 잘 보관해두려고 공부한다. 특히 사진처럼 어떤 정보를 있는 그대로 담아서 넣어두었다가, 시험볼 때 꺼내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기본적으로 전제하는 건 우리의 눈과 뇌가 성능이 좀 떨어지는 복사기나 카메라와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정말 우리의 기억이 카메라와 비슷하다면 “많이 노출시키면”, 더 선명한 이미지가 새겨질 것이다. 이것은 착각이다. 우리의 기억과 사고는 카메라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공부할 때 모르면 답지를 바로 볼 수 있고, 유튜브에서 강의도 볼 수 있지만 시험장은 그렇지 않다. 좋은 강의를 많이 듣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먼저 실제 시험보는 환경에서도 내가 똑같이 대답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가면서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

4. 의미를 구조화해라

지금 눈 앞에 있는 문장 한 개가 아니라, 그 공부하는 내용이 전체 지도에서 어떤 자리에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게 학습의 핵심이다. 지금 전체 길에서 어디쯤 가고 있고, 중간에 왜 좌회전 우회전이 필요한지 큰 그림 속에서 늘 질문해야 한다.

한 가지 요령은, 교재를 읽을 때 형광펜 치면서 무조건 받아들이는 읽기보다는, 항상 “어째서?”라고 물으면서 딴지 거는 습관을 가져라. “아니 굳이 왜?”, “아니 아까는 아니라더니 왜 지금은 또 반대로 말하지?” 등의 의문과 딴지를 거는 공부를 해야 시험 때 해당 지식을 여러 맥락으로 만났을 때 다시 생각해낼 수 있다.

스스로 경찰이라고 생각하고 범죄자를 심문(interrogation)하듯 끈질기게 질문하며 읽어보자. 대답도 중얼거리면서 말로 뱉어보자. “어째서 이 왕이 반대로 하지 않았지?” “국사책 00에 보면 말이죠. 그건 ~이기 때문입니다.” 공부의 목표는 이제 경찰이 어떤 질문을 해도 변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된다. 스마트폰 없이, 그 어떤 참조자료 없이 답할 수 있으면 당신은 무죄이다. 특히 경찰 입장에서 ‘왜why’, ‘구체적으로 어떻게how’를 많이 넣어서 질문을 만들자.

요약하면 끊임없이 지금 대하는 지식의 원천 소스(Source)를 건드려라. 열대 지방의 과일이 달다고 외우지 말고, 왜 온대 지방의 과일은 그렇다면 당도가 떨어지게 되는 것인지 거슬러 올라 질문하라. 교재에 있는 모든 내용의 근거와 세부사항이 전체 그림의 어디에서 작동하는 것인지 경찰관처럼 물어 뜯어라.

5. 과목별 시간표보다는 서로서로 섞어 공부해보자

‘블록’ 시간표를 만들어서 많은 학생들이 시험 공부를 한다. 1시부터 2시까지는 국어 공부, 2시부터 3시까지는 영어. 이런 식이다. 또는 같은 과목을 공부할 때 1교시에는 1장 끝내고, 2교시에는 2장 끝내야지~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블록’ 모양 시간표를 짜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면 훨씬 효과적이다. 특히 서로 다른 주제를 오가는 경우 ‘교차배치(interleaving)’ 방식을 강력 추천한다.

가령 영어 독해 문제집 9시에 1장, 10시에 2장, 11시에 3장, 12시에 단어 책.. 이런 순서로 짜면 블록 시간표 방식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재를 수업 진도 나가듯이 공부한다.

대신 끼워넣기 방식은 주제와 목적별로 혼합한다. 빈칸 문제나 빈칸 출제 가능해 보이는 문제들만 뽑아가면서 두 시간 본다. 이제 다음 두 시간은 어휘 출제에 대비하여 어려운 단어만 모두 모아서 노트에 옮기고 안 외워지는 단어만 추린다. 나머지 한 시간은 수업 시간에 강조했던 문장들 중에서 영작 주관식으로 출제가 예상되는 문장만 골라 노트에 옮겨 적으면서 안 보고 쓸 수 있는지 스스로 테스트한다… 등등… 영역을 오가며 공부 재료를 조직적으로 들춰내고 끼워넣는 것이다. 조선 시대, 고려 시대가 모두 시험 범위라면 공부할 때부터 조선 시대의 경제와 고려 시대의 경제를 서로 비교 대조하면서 공부하는 게 시험에 좋은 대응 전략이 된다.

물론 교과서가 시간순으로 되어 있거나, 어떤 영역을 비교대조할 필요가 적거나, 재조직할 필요가 없으면 기존의 블록 시간표 방법도 나쁘지 않다.

6. 셀프 테스트

시험 보기 전에 답을 가리고 혼자 테스트를 안 한 상태로 시험 보는 건 정말 멍청한 생각이다. 유명한 3R 방법(Read – Recite – Revew)을 사용해서 스스로 나만을 위한 예상 문제를 만들고 시험 전 모의 테스트를 실시하자. 시험 끝나고 우는 것보다 시험 보기 전에 여러 번 실패하는 게 낫지 않은가? 3R 방법은 간단한데,

  1. 먼저 공부 재료를 읽고(read)
  2. 보지 않고 그 내용을 스스로의 표현으로 대답하면서 요약할 수 있다(recite)
  3. 이후 내 대답이 정확한지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반복한다(review)

가령 빈칸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같은 본문을 여러 번 읽으면서 논리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찾는다(read), 그리고 해당 본문을 여러 장 복사한 뒤에 수정테이프로 주요 부분을 가려 스스로 내용을 유추하도록 한다(recite), 이후 전혀 다르게 유츄하거나 기억이 충분히 떠오르지 않은 부분만 포스트잇으로 표시하고 그것만 모아서 반복한다(review).

7. 추가 팁

  • 핸드폰 앱의 효과를 믿기 힘들다. 공부 시간을 측정한다, 유튜브로 공부를 같이 하자 등등 여러 컨셉이 있는 걸 알지만 … 고양이 사진과 틱톡으로 갈 수 있는 기계 자체를 멀리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당신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 학습은 운동과 비슷하다. 힘들지만 웨이트 운동을 하는 것처럼 바람직한 고통(desirable difficulties)를 겨냥하라. 이것만 하면 된다든가, 쉽고 재밌게 공부할 수 있다든가, 만병통치약처럼 선전되는 이야기를 멀리하라. 특히 예상 문제 골라서 뽑아주는 강사들을 조심하라. 내가 모르는 게 뭔지도 모르는 나를 위해 마련된 약은 없다는 걸 명심하라.
  • “공부 이렇게 하는 거구나”라는 걸 짧은 시간에 알기는 힘들다. 하지만 평생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공부에 진심이면 언젠가 알게 된다.
  •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은 실제 공부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진짜 차이는 시간을 쓰는 양이 아니라 질적인 차이다. 공부 잘하는 애들은 그저 책을 펴놓는 게 아니라, 왜 중요한지 스스로 질문한다든가, 이야기의 근거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하면서 지식을 스스로 쌓아서 만들고 “조직하는organizing” 작업에 시간을 쓰기 때문이다. 잘하는 애들은 외웠다고 끝내는 게 아니라, 전체 시험 범위의 큰 그림을 자신의 말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때 공부를 마친다.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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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ul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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