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구적🍋005 – 사무실 빌런 욕하기는 유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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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생님들의 독서 모임에서 이번에 선정한 책이 〈적정한 삶〉(김경일, 2021)인데요. 절반은 좀 밀도가 떨어지는 감이 있어서 아쉬웠는데, 그래도 재밌게 읽은 부분도 많았습니다.

비슷할수록 작은 고정관념 때문에 발끈

차별과 배타성을 연구한 영국 심리학자 졸란다 지튼Joland Jetten과 네덜란드의 러셀 스피어스Russel Spears는 그들의 연구에서 배타성이 두 가지 요소, 즉 1) 문화권의 차이와 2) 대상이 속한 문화의 전형적 태도를 얼마나 벗어나는지로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문화 간 차이가 적을 경우, 그 사람이 원래 속한 문화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일수록 차별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우리와 완전히 다른 문화에서 왔다면 오히려 자기 문화의 전형적 모습에서 벗어났을 때 더욱 배타적으로 대한다는 것이다.
— 김경일 (2021). 적정한 삶. 진성북스.

저는 올해 많이 들은 말 중에 “저 사람은 포기해.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냐”가 있는데요. 뭔가 결재하고 일을 부탁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우리 조직에도 항상 화가 나 있는 사람, 새로운 아이디어에 늘 불필요하다고 딴지를 거는 사람, 남의 흠을 꼭 나에게 와서 공유하는 사람 등등 부정적 에너지를 만나게 됩니다. 저도 사실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가 되었어요 ㅠㅠ … “아 저 사람은 포기하는 게 낫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순간을 겪게 되는 거지요…

조직 안의 상대적 거리감과 정체성

그런데 이번에 우리 조직의 상대적 거리와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네요.

첫째는, 교사는 생각보다 동질 집단으로서 비슷한 행동 양식을 옳은 것으로 가정하는 경향이 매우매우 강한 집단이다. 따라서 이런 정밀한 기준의 선 위에서 낙인 효과가 가장 쉽게 발생하게 된다. 우리가 상종 못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성격 유형과 행태는, 전체 직업 시장의 측면에서는 그 절대값으로 따졌을 때 생각보다 그리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것이 있다는 점. 경상도 선생님, 나이든 남자 선생님, 젊은 여자 선생님, 강남에 사는 부자 선생님, 은퇴 직전의 선생님에서 발견하게 되는 전형적인 모습을 미리 상정하고 그에 부합하는 어떤 속성을 발견하자마자 즉시 낙인하는 것이 아닌지 자문해보게 되었습니다.

둘째는, 책에서 서술된 바 “사람은 안 바뀐다”를 습관적으로 공유하는 조직이 처하게 되는 위기 상황입니다. 우리는 상대방이 무례하고, 불성실하며, 음흉하기까지 하다고 손가락질 하면서 특정한 누구누구와는 앞으로 더 이상 협력할 수 없다고 말하곤 하지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사람 정말 못봐주겠어”를 습관처럼 유통시키는 조직은 지필고사의 전문가들로 가득합니다. 즉, 이런 말이 잘 유통된다는 사실 자체가 이 조직이 정답이 있는 정적 조직임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성 규정에 대한 테마가 짙게 흐를수록 이 조직은 작은 변화에도 무너지겠죠. 무인과 무인 중 한쪽만 정답인 사회에서는 반정이 일어나면 반대는 몰살이지요. 또한 이런 언술이 횡행하는 곳에서는 새로 진입하는 교사들의 자기 검열이 발생합니다. “나는 아직 내집단이지만, 조금만 잘못하면 내 성과가 아니라 나 개인에 대한 판단이 조직에 의해서 즉시 행해지겠구나”라는 생각에, 모두 욕을 먹을 시도라든가, 쓸데없는 창조성을 발휘하는 것을 꺼립니다. 결국 우리가 욕하는 것은 정말 재수없는 인간들이었는데, 조직은 실제로 그러한 사람이 아니라 그러한 평가를 남용하고 공유하는 행위에 의해서 더욱 위협받는 것이죠.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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