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구적🍋007 – 공부 ‘비법’이냐 ‘비만’이냐

사람들의 생물량
△ ‘인간으로 쌓아올린 거인’ (via Midjourney)

딱따구리나 수달은 개체가 급증하는 이른바 대발생(outbreak)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전체 나비와 나방 중 2%에 해당하는 특정 종에서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주기적으로 관찰된다고 합니다. 인류는 생태적 관점에서는 25만 년 동안 10억 명에 겨우 도달했지만 불과 두 세기 남짓한 시간에 70억을 돌파했으니 지구의 관점에서는 outbreak이며, 에드워드 윌슨에 따르면 우리는 “육상에 존재했던 어떤 동물 종보다 아마도 100배 이상 더 큰 생물량(biomass)을 갖게” 되었다지요. 과학저술가 데이비드 콰먼의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라는 책에서 본 내용인데, 책을 읽다 보니 대발생한 나비 애벌레들을 몰살시켜 정상 개체수 수준으로 되돌려놓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의 자정(?) 작용과 코로나-19를 나란히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생태계에서 너무 크고, 너무 오래 사는 종이면서, 너무 많이 차지하고, 너무 무겁습니다.

우리가 전수하고 습득하는 정보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보의 접점이 많아진 것이 정보 생태계에서 성공이 아니라 하나의 대발생(outbreak) 요인은 아닐까요? 개체 입장에서 수용하기 힘든 선을 넘어선, 세계적 차원에서 인간이 가진 정보의 비정상적 총량에 대해 생각합니다. 폭발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이 정보 스트림, 이 폭주는 분명 정보가 우리와 무관하게 이제 그 자신의 길을 달리고, 우리도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모르는 시대가 된 인상을 줍니다. 이는 크릴 새우를 제외하면 이길 수 없다는 인간의 생물량이 문제적이듯, 학교 교실에서도 문제집을 책상에 쌓아두고 스프링 제본으로 학원 선생님이 골라준 문제만 꾸역꾸역 먹어치우는 아이들과 대칭되는 장면이 아닌가요? 우리 시스템이 생산하는 정보 총량 자체가, 우리를 안으로부터 녹여 죽일 바이러스를 부르는 대유행의 조건이 되었습니다. 모두가 사실과 반-사실에 깔려 질식할 준비가 되어 있고, 우리는 산책과 햇볕이 너무 부족한 것 같고, 비타민 뿐 아니라 생각의 면역력 또한 바닥을 칩니다. 알아야 할 그 모든 것들은 너무 다닥다닥 붙어있고, 그 접점-노드가 무수하므로 누구나 정보 중독을 넘어 감염되기 쉽습니다. 이제 그 이야기는 내 컴퓨터 본체 안에 있는 세상이 아니라 밖에 대한 것입니다. 학생과 교사는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무엇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스쳐 훑으면서, “열심히 하거라”, “열심히 할게요”를 주고받는데, 아무도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거 같아요. 매일 변덕스럽게 엄지로 탐색하며 주워 먹기 바쁜 하루입니다.

영리한 인간들은 학같이 긴 다리로 물가를 노닐면서 솜씨 있게, 날름날름 물고기들을 쪼아 먹는다. 학은 자신의 깃을 물에 적시지 않는다. … (중략) … 우리의 세속인 자본제적 삶의 형식은 이처럼 영리한 인간들을 체계적으로 재생산한다. ‘대학(大學)’이라는 자못 무서운 이름을 붙이 곳마저 그 영리한 인간들이 자신의 영토로 점유하고 말았다. 그러나 … (중략) … 공부하(려)는 인간은 물속에 몸을 담근다. 그리고 너무 오래, 너무 깊이 잠근 탓으로 혹간 몸에는 지느러미가 돋고 아가미가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과거의 생활로부터 ‘돌이킬 수 없이’ 단절하며, 마침내 ‘변덕’이 범접할 수 없는 지경으로 ‘변화’하고 마는 것이다.

– 김영민, “‘변덕’이냐 ‘변화’냐”, 〈김영민의 공부론

“선생님, 그럼 이게 이 뜻인 거 맞나요?”

이 질문에 대답할 때마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생각합니다. 어떤 삶의 방법과 비법과 양식을 주고 있는가, 애들의 뱃속에 자기방어 능력이 출중한 단백질 다각체를 던져 넣어 정보 비만을 유발하고 성인병을 앞당기는가.

… 바이러스가 햇빛과 기타 환경인자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복합체를 형성하는지 … 건강한 애벌레가 나뭇잎을 먹어치우면서 바이러스 복합체를 함께 삼킨다. 애벌레의 몸속에 들어간 복합체는 다탄두 미사일이 목표 지점 상공에서 작은 핵폭탄으로 갈라지듯이 음험하고도 질서 있게 각각의 바이러스로 갈라진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애벌레는 기어 다니는 바이러스 주머니가 되어 버린다.

– 데이비드 콰먼,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좀 더 흩어지는 교실, ‘정보 감염’의 위험을 낮추는 수업에 대해 생각합니다.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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